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북한 여행 후에 심각한 뇌 손상을 입고 본국에 송환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 소식에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건장했던 한 청년의 죽음으로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압력이 강화될 전망인 가운데, 중국의 역할론이 주목을 받고 있다.
◆ '분노한 미국' 북한 여행 금지 법제화 탄력
워싱턴 포스트, USA 투데이 등 현지 언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향후 의회와 행정부가 각각 추진하고 있던 북한 여행 금지 또는 제한 방안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현재 미 하원에서는 △북한 관광 전면 금지 △교육·인도적 방문 시 사전 허가 취득 등의 내용을 담은 '북한여행통제법'이 발의된 상태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최근 하원 외교위에 출석해 북한 여행 금지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 개시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동안에는 북한 입국을 상당부분 허용했지만 미국민의 신상에 위험성이 제기된 만큼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재 서방국가에서 북한을 찾는 연간 여행객 5000여명 가운데 미국인은 약 1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관광 외에도 교육·인도주의적 지원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나 웜비어의 사망을 계기로 그동안 여론의 눈치를 살피던 상원조차 북한 방문 금지 법안의 필요성을 검토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 대북제재 수위에 주목··· "중국 압박 가능성"
이번 사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분노를 표한 데다 문재인 대통령 등 국제사회에서도 웜비어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는 만큼 향후 대북 정책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그동안 핵 개발과 관련한 제재에 가려져 있던 북한 인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대폭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최근 "북한에 대한 압력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관·기업까지 제재 부과)'을 적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대북 정책 수위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상향 조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의 고위급에 한정되는 경제 제재를 벗어나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로 북한의 최우방국인 중국을 겨냥해 압박하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이틀 앞으로 다가온 미·중 외교안보 대화에서 미국이 대북 제재에 대한 중국 역할론을 다시 한 번 강조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미 종합시사지 애틀랜틱, CN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대북전문가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말을 강하게 하면서도 북한과 중국에 실제적인 타격을 주지는 않았다"며 "세컨더리 제재를 유예한다는 합의가 끝났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정부가 대북 정책을 마련할 때 북한의 인권 문제를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제재 수준을 논의할 때 북한 억류 미국인 석방 등 인권 문제까지 다룰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