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은 ‘대세’로 불리며 한국 무대를 접수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2015년 3승을 거둔 뒤 지난해 7승을 쓸어 담았다. 초청선수 자격으로 출전했던 LPGA 투어에서도 지난해 7개 대회에서 4차례 톱10에 들었다. 실력은 이미 검증됐고, 경험도 적지 않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우승이 늦어지고 있다.
박성현은 지난 19일 막을 내린 LPGA 투어 마이어클래식에서 최종합계 11언더파 269타로 공동 13위를 기록했다. 3라운드까지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2위를 달렸으나 최종 라운드에서 3타를 잃는 부진으로 10위권 밖까지 밀렸다.
뒷심 부족. 박성현에게는 매우 어색한 수식어다. 박성현은 선두로 올라선 뒤 한 번 잡은 페이스를 거의 놓치지 않는 승부사였다. 특히 최종 라운드에서 강한 집중력으로 뒷심을 보이며 역전승도 수차례 거뒀다. 하지만 미국 무대에서는 ‘남달라’ 박성현의 모습이 사라졌다.
박성현은 데뷔 시즌 상금랭킹 10위(48만1038 달러)에 올라 있고, 세계랭킹도 8위다.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올해에도 11개 대회에 출전해 4차례 톱5에 들었다. 올해의 신인 부문에서도 581점으로 1위를 달리며 291점으로 2위에 오른 에인절 인(미국)을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박성현에게 바라는 기대치는 높다. 우승이다.
기록적인 부문을 살펴보자. 평균 타수는 1위 렉시 톰슨(미국·68.81타)에 이어 69.10으로 2위에 랭크됐다. 장타자답게 드라이브샷 평균 비거리도 275.15야드로 4위, 버디도 177개를 잡아 9위에 올라있다. 74.79%의 그린 적중률도 13위로 준수하다.
하지만 기록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승을 위한 2% 부족함이 엿보인다. 드라이브샷의 페어웨이 적중률은 69.10%로 115위에 그쳤다. 멀리 보내고 정확도가 떨어졌다. 쇼트게임에서도 정교함이 부족했다. 평균 퍼팅 부문에서 29.28개로 41위, 그린 적중시 퍼트수(Putts per GIR) 22위(1.766개), 샌드 세이브율도 41.38%로 106위를 기록했다.
미국 무대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자리다. 우승 경쟁도 치열하다. 시원한 샷으로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박성현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우승을 위해선 더 정확하고 더 정교해져야 한다.
박성현에게 미치는 또 다른 영향은 달라진 환경이다. 한국과 다른 코스 상태, 긴 이동시간, 언어 소통 등 미국 무대 적응에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경기 외적인 요소는 박성현의 심리적인 안정감을 방해한다. 쇼트게임에서는 더 크게 작용될 수밖에 없다. 또 우승을 신고하지 못한 부담감도 최종 라운드에서 박성현을 압박하고 있다. 상반기 막바지다. 이젠 이겨내야 한다.
올 시즌 15개 대회에서 15명의 우승자가 나왔다. 시즌 개막 이후 15번째 대회까지 다승자가 나오지 않은 것은 1991년 이후 무려 26년 만의 이례적인 일이다. 역사적인 시즌 개막 후 16번째 우승자로 이름을 새기기 위해 박성현이 올해 12번째 티잉 그라운드로 나선다.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 한 주 앞서 열리는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은 23일부터 사흘간 미국 아칸소주 로저스의 피나클 컨트리클럽(파71·6386야드)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