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현상철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식 취임식을 갖기 전에 방문한 세 곳은 새 정부 출범 후 한국경제를 둘러싼 과제를 풀어갈 핵심 장소다.
자신의 취임행사를 뒤로 미뤄서라도 주요 현안을 먼저 챙기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움직임을 보여줌으로써 문제해결이 시급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취임식 전까지 김 부총리가 방문한 곳은 국회, 한국은행, 일자리기업 총 세 곳이다.
그가 임명장을 받고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국회다. 문 대통령의 사상 첫 추가경정예산(추경) 시정연설이 있던 지난 12일 김 부총리 역시 국회의장단과 여야 지도부를 만나 추경 협조를 부탁했다.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이날 오후 2시에 진행됐지만, 김 부총리는 오전 10시께부터 오후 4시까지 종일 국회를 돌아다니며 의원들을 만나는 강행군을 마다하지 않았다.
추경은 새 정부 경제정책 중 가장 먼저 펼쳐진 정책이고, 국회 협의가 필요한 첫 관문이다. 그만큼 추경의 원활한 국회 통과는 향후 ‘일자리 중심’ 정책추진이 얼마나 탄력을 받고 뻗어나갈 수 있는지 볼 수 있는 가늠자다.
이튿날 김 부총리는 이주열 한은 총재를 만났다. 미국의 금리인상 결정을 하루 앞둔 시점이자, 이 총재가 한은 창립 67주년 기념행사에서 ‘통화긴축’을 시사한 바로 다음 날이다.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통화당국이 긴축을 시사하며 통화·재정정책이 어긋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김동연 효과’는 일부 나타난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회동 직후 이 총재는 “긴축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 당분간 경기회복세를 위해 완화기조를 끌고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제 전반에 대한 얘기를 나눴고, 최근 경기 현안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취임식 당일 오전에는 첫 현장행보로 ‘일자리’를 선택했다. 김 부총리는 서울 서초구 소재 고용 우수기업을 찾아 새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가 일자리에 있다는 의미를 부각시켰다.
지금까지 역대 부총리‧장관의 첫 현장 방문지는 향후 정책이 중점적으로 추진될 곳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실제 지난 정부 첫 경제수장인 현오석 전 부총리는 성남 농수산물 도매시장(민생물가), 최경환 전 부총리는 성남 인력시장(서민대책), 유일호 전 부총리는 평택항(수출)을 첫 방문지로 지목했다.
김 부총리 역시 새 정부의 핵심 정책추진 방향인 ‘일자리’를 강조하기 위해 고용을 크게 늘린 민간기업을 첫 행선지로 정했다.
김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사람들이 많이 일하게 하는 게 경제선순환 복원의 핵심”이라며 “민간과 시장의 역동성을 강화시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정부정책의 가장 큰 방향이고, 추경은 이를 위한 수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