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추경 시정연설'에 앞서 여야 지도부를 찾았다. 대통령이 직접 '대야 설득'의 전면에 나선 것이지만,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불참으로 청와대와 야당 간 협치의 균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사전 환담 자리에는 정세균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우원식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김동철 원내대표,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정의당의 심상정 대표·노회찬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청와대 측에서는 임종석 비서실장과 장하성 정책실장, 주영훈 경호실장, 전병헌 정무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수현 사회수석, 박수현 대변인이 배석했다.
사전 환담은 비공개로 15분가량 짧게 진행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정 의장은 비공개 전환 전 모두발언에서 "추경 시정연설차 국회를 방문하는 첫 번째 대통령"이라며 "대통령이 협치의 발걸음 먼저 해 주시니까 국회도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일자리나 민생이 긴박한 상황이고, 어차피 인사청문회는 상당 기간 지속될 테니 추경은 청문회와 별개로 빠르게 됐으면 한다"면서 "제가 당선 이후 곧바로 야당 당사를 방문하거나 대표를 뵈었고, 원내대표들을 청와대에 모셔서 만났다. 국회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치하겠다는 자세는 끝까지 가져가겠다"며 국회의 협조를 거듭 요청했다.
이후 진행된 비공개 대화에서 문 대통령은 주로 야당 대표들의 의견을 경청했다고 한다. 다만 문 대통령은 추경 처리 문제는 "국민을 바라보고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고, 인사와 관련해선 "국정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야당이 협조해 달라" 취지의 원론적인 말만 했다.
추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환담에서) 문 대통령은 각 당의 입장을 경청했다"며 "야당 대표들은 제대로 된 협치를 주장했다"고 전했다. 한국당이 불참한 것을 두고 문 대통령의 발언이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언급은 없었다"며 "아마 처음에는 참석하는 것으로 보고가 됐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에게 "(대통령이 국회와 소통하려는) 형식은 바뀌었는데 내용이 바뀐 게 없다. 국정의 핵심인 인사와 정책, 예산 등을 다 정한 다음 국회에 도와달라고 한다면 과거 정부와 달라진 게 있느냐"며 "형식이 바뀐 건 높이 평가하지만 내용도 바뀌어야 진정한 의미의 협치"라는 취지의 쓴소리를 했다고 전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협치하려는 대통령의 뜻을 존중하고 감사하다"면서도 "그러나 실질적으로 형식만이 아니라 내용적으로 협치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그는 특히 "(환담 자리에서) 국가재정법상 추경 편성을 어렵게 해놨는데 매년 깨지고 있다. 추경은 너무 졸속으로 편성하는 경향이 많아 요건과 내용을 따지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주 대행은 내각 인사청문회와 관련해선 "국민 통합을 자주 말씀하시는데 장관 후보자 11명 중 9명이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했던 사람이다. 말이 안 맞는 것 같다"며 "진짜 탕평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13일 국회 상임위원장들과 오찬 회동을 할 예정이지만, 한국당은 청와대가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불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한국당 지도부가 이날 사전 환담에 불참한 데 대해 "끝까지 한국당을 믿는다. 함께 국회 협치를 통해 국민께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지혜롭게 끝까지 찾을 거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도 문 대통령 시정연설이 끝난 뒤 인사말을 통해 "역사적 책무를 이행해야 하는 저를 포함한 행정부는 늘 국회를 받들며 국회 협력을 얻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모시며 주요 국정을 그때그때 설명해 드리고 꾸지람과 가르침을 겸허히 듣겠다"며 낮은 자세로 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