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소방 인력 1만9천명 확충하겠다"…국가직 전환 공약 지킬 것

2017-06-0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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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소방서 현장 방문…현장 근무 소방관들에게 일일이 차 따라주며 격려

"올해 소방관 1500명 증원 즉각 실행…소방청 독립" "심리 치유 위해 트라우마 센터 설립"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일자리 추경 현장 방문으로 서울 용산구 용산소방서를 방문, 지난 3월 11일 주택화재 현장에서 손에 상처를 입은 김성수 소방대원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주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된 7일 오전 서울 용산소방서를 전격 방문해 소방관들을 격려하고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11조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예산안 제출에 맞춰 정책 현장을 방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경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첫 국회 시정연설은 오는 12일이 유력시되고 있다.
‘소방관이 눈물 흘리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주제로 진행된 문 대통령의 이날 소방서 방문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업무에 종사하면서도 인력 부족 등 열악한 환경에 처한 이들을 격려하는 동시에 평소 강조했던 소방공무원 증원을 재차 약속하기 위한 차원이다.

문 대통령은 현장 근무 소방관들에게 직접 준비한 다과와 커피를 일일이 따라주고 함께 셀카를 찍고 사인을 해주는 등 한 사람씩 악수를 나누고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11일 주택화재 현장에서 손에 큰 화상을 입은 김성수 소방대원의 손을 꼭 잡으며 치료 상태를 묻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용산소방서를 방문, 지난 3월 11일 주택화재 현장에서 손에 상처를 입은 소방대원들이 사용했던 장비에 대해 최송섭 용산소방서장으로부터 설명을 들으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 간담회장에 입장하기에 앞서 불에 탄 최길수·김성수 대원의 소방 장구를 보며 “정말 귀감으로 두고두고 보여줄 만합니다”라고 말했다.

두 소방관은 지난달 11일 용산구의 한 다가구주택 화재 현장에 투입돼 불 속에 고립됐던 김모씨 부부가 탈출할 수 있도록 소방장구만 착용한 채 몸으로 불길을 막아냈다.

덕분에 김씨 부부는 목숨을 건졌지만, 김 소방위는 얼굴과 손에 3도 화상을 입었고 최 소방교는 16m 높이의 창문에서 뛰어내려 허리뼈가 골절됐다.

당시 최 소방교는 3주 뒤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지만 입원치료를 받느라 최근에야 결혼식을 올렸고 아직 신혼여행을 다녀오지 못했다.

간담회장에서 최 소방교를 만난 문 대통령은 "최길수 대원과 김성수 대원 두 분 다 너무 감동적이어서 병문안이라도 가 보고 싶었는데 대선을 앞둔 시기여서 트위터로만 격려하는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이어 "최 소방교는 최근 늦춰진 결혼을 했는데 신혼여행을 가는 대신 그 돈을 모교 발전기금으로 내놓으셨다"며 "신혼여행 안 간 건 잘못한 거다. 이것은 대통령으로서 명령인데 적절한 시기에 신혼여행 가셔야 한다. 또 서장님이 휴가를 내주셔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최송섭 용산소방서장은 "명, 적극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라고 답했고, 참석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용산소방서에서 열린 일자리 추경 현장 간담회에서 소방대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문 대통령의 용산 소방서 방문에는 지역구 의원인 진영(서울 용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배우 유지태씨가 동행했다.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이 먼저 유씨에게 “영화 ‘리베라 메’ 뜻이 있죠”라고 묻자 그는 “라틴어로 ‘우리를 구원하소서’라는 말”이라고 답했다.

유씨는 지난 2000년 개봉한 영화 '리베라 메'에서 주연을 맡아 트라우마를 겪는 소방관을 연기했다. 그는 ‘소방관GO(고)챌린지’ 캠페인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유씨는 이어 “소방관 역할을 하며 그때는 CG가 없어서 제가 불에 맞서면서 찍었는데 그게 얼마나 두렵고 힘든 일인지 조금이나마 경험했다”며 “트라우마에 관련된 심리 치료나 이런 부분 꼭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소방관들이 매일 아침 눈 뜨면 기도를 한다고 어느 분이 말씀하시더라”라며 “오늘 내가 두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게 해 주소서. 한 명은 내가 등에 업은 사람, 한 명은 나 자신. 그런 간절한 마음이 담긴 제목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유씨는 “제가 사회 활동에 관심 있어서 위안부 할머님들을 후원하고 있을 때 위안부 할머니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했다. ‘우리가 나라가 없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나라가 없으면 개나 동물처럼 대우받을 수 있다’”며 “이 나라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름다운 세상 어떻게 만들지, 우리나라 위해서 후원해 주시고 지지해 주시는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대통령님이 조금 더 좋은 나라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나라가 존재하는 첫째 이유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그 역할을 최일선에서 해 주시는 분들이 소방관들이다. 화재를 비롯한 재난 현장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국민들에게 소방관들이야말로 바로 국가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그래서 '내가 국가다' 이런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임무에 임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제 임기 중에 적어도 법적 기준에 부족한 1만9000명, 최소 그 이상의 소방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것은 제가 다시 한 번 이 자리에서 약속 드린다"면서 "그것을 당장 금년부터 실행하기 위해서 추경안을 제출했는데, 소방관 1500명 증원 계획을 포함시켰다. 금년부터 즉각 실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소방청 독립과 관련해 "육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재난에 대해서는 현장 컨트롤타워 역할을 소방청이 맡도록 했다"고 설명하면서 "헬기부터 차량, 개개인 지급 장비에 이르기까지 충분하게 자기 자신의 안전을 보호하면서 더 많은 사람을 구조할 수 있는 장비 확충에 정부가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하나, 소방관이 순직하는 숫자보다 자살하는 숫자가 더 많다. 소방관이 진화 작업을 하며 겪게 되는 여러 참혹한 상황이 두고두고 트라우마로 남아서 정신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며 "소방청 내에 그런 심리치유센터를 설립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고, 충분히 예산을 뒷받침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소방직의 국가직 전환과 관련해 “이 부분도 제 공약 사항이다. 법안도 이미 제출돼 있는데, 지자체의 이해관계와 상충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면서 "단체장과 협의해서 지자체에 손해 가지 않는, 그러면서도 국가직으로 갈 수 있는 방안을 합의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동행한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국회 안행위 소속)은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등의 내용이 포함된, 일명 ‘소방관 눈물 닦아주는 법안'을 발의했으며, 통과를 응원하기 위한 릴레이 캠페인 ‘소방관GO(고)챌린지’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소방공무원의 98.8%는 지방직 공무원이다. 단 1.2%만 국가직으로 돼 있다. 예산이 적은 지자체의 경우 인력도 부족하고, 낡은 소방 장비와 설비를 제대로 교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 사이에서는 작은 정부에 대한 인식이 있어 공무원 인력을 늘리는 데 상당한 거부감 있다. 그런데 행정 공무원은 몰라도 일선에서 생명·안전·보건을 지키는 공무원만큼은 우선적으로 늘려야 되고, 그런 점들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노력을 정부와 국회가 함께 기울여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용산소방서를 방문, 소방관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방대원들은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에게 다양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처우 개선을 부탁했다.

한 여성 소방대원이 소방서에 육아시설이 없어 아이 맡길 곳이 없다고 이야기하자 문 대통령은 "보육시설 문제가 왜 해결이 안되느냐"고 최송섭 용산소방서장에게 물었다.

최 서장이 "그것까지 할 재력이나 환경이 아직은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답하자 문 대통령은 "여러 소방관서가 연합해서 한다든지 용산 일대에 있는 다른 공공분야와 함께 공동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대원에게 욕설을 하거나 폭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소방관에 대한 불신이나 미움 때문이 아니라 그만큼 더 절실하고 기대가 크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며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글귀를 남겨달라는 즉석 제안을 받고 “당신들이 국가입니다” 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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