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24차 공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502호 소법정. 김진동 부장판사는 특검에 대해 혐의입증과 관련 없는 증인 신문을 제지했다. 특검의 지루한 신문 과정에 ‘하품’까지 하던 일부 방청객들은 실소를 머금었다.
이 날로 꼭 두 달째를 맞은 이 부회장의 재판에서 특검측은 자신들의 논리를 입증할 ‘결정적 한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재판 초기 “증거는 이미 차고 넘친다”며 자신감을 내비치던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그간 특검과 삼성측 변호인단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대한 삼성의 승마지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의 대가성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부정 청탁 여부 등에 대해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날 박 전 전무는 "최순실이 당시 화를 내며 혼잣말로 '은혜도 모른다'라고 한 것은 정확히 들었으나 실제로 '합치는 것을 도와줬다'는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내용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박 전 전무는 삼성의 승마 지원 의혹의 실마리를 풀기 위한 핵심 증인으로 꼽혀왔다.
일부 증언은 신뢰성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지난달 19일 16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일성신약 관계자들은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일성신약에 자사 보유분 주식을 고가에 매매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삼성측 변호인단은 "일성신약은 자사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을 더 비싼값에 보상받기 위해 2년째 삼성물산을 상대로 수백억원대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증인들 역시 해당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당사자인 만큼 증언의 신뢰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특검은 상황이 불리해지자 증인들에게 추측성 답변을 강요하는 신문을 해 재판부의 지적도 받고 있다. 지난달 17일 열린 14차 공판에서는 ‘문고리 3인방’이라고 불리는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을 증인 신문하는 과정에서 추측성 답변을 강요하는 유도 신문으로 재판부로부터 "판단에 대한 부분을 (증인에게) 강요하지 마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날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과정에서 오간 대화 내용을 단정 지으며 정 전 비서관에게 ‘그럴 것이다’라는 답변을 유도하는 신문을 했다.
증인 뿐만 아니라 빈약한 증거도 특검을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심지어 특검팀은 재판부가 첫 공판에서 요구한 증거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두번째 독대한 2015년 7월25일 이전 삼성 측이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라는 사실을 인지한 증거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에 참석한 재계 관계자는 “특검의 의미 없는 질문이 계속되면서 재판이 의미없이 늦게 끝나는 날이 많다”며 “재판이 좀 더 효율적으로 진행돼 진실을 밝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