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는 '4다도(四多島)'가 됐다. 바람, 돌, 여자 그리고 전기차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7000여대의 전기차가 달리고 있는 제주는 올해 말까지 1만4000여대로 늘어날 것이고, 내년에는 2만여대가 추가로 보급돼 무려 3만5000대 가까운 전기차의 천국이 될 예정이다.
제주가 이렇게 전기차의 중심 허브로 거듭나고 있는 것은 세계환경수도와 무관하지 않다. 제주는 유네스코 3관왕 달성에 이어 2020년 세계환경수도로 거듭나려는 녹색꿈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Carbon free island jeju by 2030’ 계획이다. 2030년까지 에너지 수요 대부분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 자급하고 37만여대의 자동차를 전기차로 모두 바꿔 나가겠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현실적으로 무모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환경이 세계 각국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는 지금 천혜의 환경을 가진 제주로서는 녹색 섬 제주가 미래의 비전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는 왜 전기차를 선택했을까. 해안선을 따라 한 바퀴 도는 데 180㎞ 정도면 충분한 제주섬. 이는 1회 충전해 보통 200㎞ 정도를 주행하는 전기차의 현실에 적합하다. 한라산과 해발 1100m의 업다운이 심한 도로, 태풍과 폭설·폭우·염해 등 섬이 가지고 있는 일상의 부정적 자연조건은 전기차를 실증하는 테스트베드 및 인증 사이트로서 세계 최적의 조건이 됐다.
또 현실적으로 법과 제도 보완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대한민국 유일의 특별자치도라는 법적 유연성을 갖췄다. 세계 각국에서 연간 15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국제적 관광지 제주는 이제 에너지 신산업을 리딩하고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전기차 특구로서의 면모를 톡톡히 해내는 ‘글로벌 EV(전기차) 플랫폼’의 밑그림을 스스로 그려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제주가 200여년을 동면하고 있던 전기차 상용화의 역사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그 출발에 프랑스 르노, 미국 GM, 중국 BYD 등과 한국의 현대·기아차가 그 역할을 함께 하고 있다. 특허를 공개하며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테슬라를 필두로 세계 IT산업을 리딩하는 구글, 애플, 샤오미, 알리바바 등도 스마트카, 자율주행차 등을 선보이며 새로운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3월 '전기자동차의 미래 그리고 친환경 혁명'을 주제로 제주에서 네 번째 열린 제4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의 대성황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7만여명의 관람객들로 북새통이었던 엑스포행사장. 그러나 필자는 벅찬 기쁨보다 앞으로의 과제가 더 걱정이 됐다. 밀려들던 관람객들에게서 느꼈던 에너지를 어떻게 모아서 제4차 산업혁명의 한 축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
제주가 아무리 전기차의 글로벌 사이트로서 최적의 여건을 가지고, 많은 인프라를 구축해가고 있다 해도 지자체의 역량만으로는 새로운 산업의 시장을 열기에 부족함이 많다.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환경부 그리고 국토교통부까지 범중앙부처의 협력지원체계와 지속적인 관심, 체계적 계획이 필수적일 것이다.
21세기의 미래산업, 전기차 시장을 제주에서 한번 열어보자. 스마트폰에 이어 국가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대한민국의 성공전략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