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4개국, 카타르와 단교..국제유가 상승ㆍ카타르 증시 급락

2017-06-05 16:45
  • 글자크기 설정

지난 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왼쪽)이 아부다비의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황태자(오른쪽)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5일 국제유가가 모처럼 상승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등 중동 4개국이 카타르와 국교 단절을 선언하면서 중동에서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높아진 영향이다.

이날 브렌트유는 전일비 0.5% 오른 배럴당 50.17달러를 가리키고 있다. 장중 1% 이상 올랐으나 상승폭을 다소 반납했다. 미국산 원유 역시 0.5% 오른 47.51달러에 거래 중이다. 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연장에도 불구하고 부진을 면치 못하던 국제유가가 지정학적 갈등을 계기로 상승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카타르 증시는 5일 5.7% 급락 출발한 데 이어 낙폭을 8%까지 확대했다. 다만 두바이 증시는 0.6% 하락, 아부다비 증시는 0.3% 하락에 그치면서 비교적 평온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등 4개국은 카타르가 테러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국교 단절을 선언했다. 카타르 외교장관은 국영 매체 알자지라를 통해 "정당하지 않은 결정"에 유감을 표명했다. 

사우디의 관영매체는 5일(현지시간) 아침 성명을 내고 이 같은 조치가 “테러와 극단주의의 위험으로부터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UAE도 성명을 내고 카타르가 알자지라 등의 매체를 이용하여 알카에다 등의 극단주의 이데올로기를 전파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 4개국은 단교와 함께 카타르 항공기와 선박의 영공 및 영해 통과를 전면 차단한다고 밝혔다. 또한 카타르 국민의 여행을 제한하고 자국에 체류 중인 카타르 국민들에게는 2주 안에 떠날 것을 명령했다.

카타르는 유일하게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이번 결정으로 카타르의 2022년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또한 최근 급성장해 온 카타르 국적기 카타르항공도 심각한 운항 차질이 예상된다.

오랫동안 카타르는 중동에서 독자적 외교 행보로 주변국들과 불화를 겪어왔다.

일례로 카타르는 무슬림형제단을 보호했다가 2014년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바레인과 카타르와 외교 갈등을 빚었다. 무슬림형제단은 2011년 이집트의 독재 정권 호스티 무바라크를 퇴출하는 혁명을 주도했다. 2013년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현 대통령이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뒤 무슬림형제단을 단속했는데 카타르는 자국으로 도피한 이들을 내쫓지 않은 바 있다. 이후 카타르는 주변국의 압박으로 이들을 추방했지만 카타르는 자국 주재 대사들을 초치해 항의했다. 

또한 카타르는 이란의 시리아, 레바논, 예멘 등에서의 영향력 확대, 이란의 핵 프로그램 등을 둘러싸고 사우디와 대립했다. 특히 최근 이들 관계가 급격히 냉각된 것은 이란을 둘러싼 가짜뉴스 파문 때문이었다. 카타르 매체에서 셰이크 타밈 빈하마드 알타밈 카타르 국왕이 이란을 “이슬람 강국”으로 인정하고 이란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적대정책을 비판했다는 기사가 보도된 것이다. 이후 카타르 측은 국왕이 이 같은 발언을 한 적이 없고 해킹을 당해서 가짜뉴스가 퍼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사우디, UAE, 바레인, 이집트는 알자지라 등 다수의 카타르 언론을 차단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우디와 주변 동맹국들이 단교라는 초강수를 둔 데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 편들기'가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외교협회의 게일 레몬 선임 연구원은 CNN에 “이 상황을 설명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론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는 사우디가 트럼프 방문을 통해 이란에 대한 미국의 강경책을 확인한 뒤 과감해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하나는 카타르 매체의 해킹 해명이 오히려 갈등을 한계점까지 끌어올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주를 방문 중인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이 소식을 들고 이번 단교가 중동에서의 IS 격퇴전에 미칠 영향을 낮게 평가하는 한편 서로 의견 차이를 조율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중동에서 가장 막강한 경제협력체인 중동협력기구의 운명도 갈림길에 서게 됐다. 중동협력기구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 6개국으로 구성됐는데 이번 단교로 커다란 균열이 생기게 됐기 때문이다. 오만은 유일하게 카타르와의 국교를 유지하기로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