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일자리 창출 중심, 국채 미발행, 6월 임시국회 내 처리 노력···” 당·정이 문재인 대통령의 제1공약인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의 3원칙을 제시하며 속도전을 예고했다.
편성액은 11조원 규모다. 이 중 세계잉여금은 1조1000억원가량이고, 나머지는 추가 세수분과 기금 등으로 편성한다. 정부는 추경 세부 내역안을 오는 5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7일께 국회에 제출한다.
게다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위원장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하 국정기획위)가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중 신규 일자리 창출 비율을 21% 수준으로 잡으면서 정책 실효성 논란까지 덮쳤다.
◆黨政 “추경, 국채발행 없이 6월 내 처리”
정부와 민주당은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정 협의를 열고 11조원의 규모의 추경을 국채 발행 없이 최대한 신속히 처리키로 했다. 이번 협의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당정 간 협의다. 문 대통령의 업무지시 1호에 이어 첫 번째 당정협의도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이날 당정 협의에는 당에서 우원식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이, 정부 측에서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에서는 전병헌 정무수석이 각각 참석했다. 사실상 당·정·청 협의였다.
김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당정 협의 결과 브리핑을 통해 “추경안 국회 제출 및 심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6월 내 추경처리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 안전·치안·복지 서비스 분야 공무원 등 공공부문 일자리 예산 확충 △노인 일자리 급여 적정 수준 인상 △치매 치료·요양 예산 대폭 확충 △육아휴직급여 첫 3개월간 기존 2배 수준 인상 등 8가지 사항을 정부에 요구했다. 여기에는 국정기획위의 작품인 창업실패자 재기 지원 ‘삼세번 펀드’ 신설 등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유 부총리 등 정부 측은 “금번 추경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정책위의장은 이번 추경으로 지방교부금이 확대하는 것과 관련해 “지방정부도 일자리 추경의 취지를 살려 달라”고 말했다.
◆81만개 중 64만개 기존 일자리 논란일 듯
일각에선 당의 요구로 추경안이 국회 처리 과정에서 증액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 정책위의장은 이와 관련해 “이번 추경 재원은 (국채 발행 없이) 세계 잉여금과 초과 세수로 편성된다”며 “당의 요구가 있더라도 전체 규모가 늘지는 않고 그 범위 안에서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야당의 반대 기류다. 한국당 등은 추경이 첫발인 국가재정법상 요건부터 따질 기세다. 동법 제89조에 따르면 추경 편성 요건은 △전쟁 또는 대규모 재해 발생 시 △경기 침체·대량실업 등에 한정한다. 이현재 한국당·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등이 “국가재정법에 부합하는지 따질 것”이라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추경 효과의 핵심은 속도다. 야당의 반대로 6월 임시국회 처리가 불발된다면, 추경 효과는 사실상 바닥으로 떨어진다.
특히 국정기획위는 81만개 공공 일자리 중 17만4000명의 소방과 경찰 공무원 등의 추가 고용을 제외한 64만개(사회서비스 분야 34만개+근로시간 단축 30만개)는 기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가닥을 잡았다. 공공 일자리 5개 중 1개만이 신규 일자리인 셈이다.
이는 예견된 수순이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81만개 창출 당위성 근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비 우리의 총 고용 대비 공공부문 비중이 3분의1에 그친다는 점을 꼽았다. OECD의 ‘한눈에 보는 정부(Government at a Glance)’ 보고서(2013)에 따르면 우리의 전체 고용 중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7.6%다. OECD 평균은 21.3%다.
하지만 2015년 기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사회보장기금 포함) 지출 가운데 고용 보수 지출은 21.31%로, OECD 평균 23.57%와 엇비슷하다.
본지는 지난 4월 23일자 ‘장미대선 숨은 1인치-③숫자 놀음이냐, 정책의 구체화냐··· 숫자 정치학에 담긴 불편한 진실’을 통해 “이는 우리의 교육·복지의 경우 ‘서비스는 민간-인건비는 정부’가 맡는 이원화 구조와 무관치 않다”며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 새로운 일자리가 아닌, 기존의 민간영역 교육·복지 서비스를 공무원으로 전환하는 선에서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려는 현실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