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와 국내 IT 업계는 입을 모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외치고 있다. 이른바 ‘모든 것이 초연결되고 초지능화된 시대’다. 이 시대로 건너가기 위해 반드시 전제돼야 할 필요충분조건이 있다. ‘데이터의 민주화’다.
민주화란 사회가 개인과 집단의 다양한 의견이나 주장을 수용하면서 체제를 이끌어 나가는 능력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데이터 민주화 역시 정부와 민간이 보유한 다양한 데이터를 개인정보침해 위험 없이 안전하게 공유하며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빅데이터 분석 업체나 언론은 이렇게 공유된 데이터를 활용해 당선 후보를 예측하거나 기사를 작성했다. 개인정보침해 없이 데이터가 적절하게 잘만 사용된다면 데이터로서의 디지털 라이프 로그(Digital Life Log)는 무한한 가치를 지닌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이처럼 무한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데이터 민주화에 대한 우리나라의 인식 수준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정부의 관련 법제도 미비, 기업의 데이터 이기주의, 시민단체의 프라이버시 침해 반발, 국민정서 상의 프라이버시 침해 반감 등으로 데이터 민주화가 시행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다.
다행히 지난해 6월 정부와 업계는 데이터 민주화가 중요하다는데 뜻을 같이하고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날 가이드라인 발표는 비록 법제화까지 이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이종 산업 간의 데이터 결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의미있는 첫걸음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빠른 시일 내에 정부는 국민의 자기 정보 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법적 정비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일본이나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는 국민의 데이터 주권을 인지하고 비식별화된 데이터를 동의하에 자유롭게 활용 가능한 법제도와 프로세스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기업은 개별 고객 데이터 활용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고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기술적 관리적 보안 수준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안전한 정보보호 관리 환경 구현을 통해 개별 고객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불식시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국민은 스스로의 자기 정보 결정권을 인지해야 한다. 개인정보의 침해 우려 없이 사회적으로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 권리 행사를 통한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 민주화는 격변하는 오늘날 우리나라가 도태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어책이다. 지능정보사회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대처하기 위해 데이터 공유와 유통의 기반 마련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