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사각지대] <下> 행정입법 통제…‘국회의 정당한 통제냐, 월권행위냐”

2017-05-2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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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회의장은 새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10일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행정입법 통제 등을 포함한 118개의 입법 및 정책과제가 담긴 자료집을 전달했다. 새 정부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개혁은 공존의 미학이다. 개혁에 따른 분열과 통합의 균형점이 필요하다. 어느 한쪽만 청산 대상으로 삼는 불균형적 혁신은 위험하다. 피아(彼我)를 가르는 개혁이 아닌 탈정파적 사회적 혁신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입법부 역시 예외는 아니다. 87년 체제 이전 입법부는 민주주의의 보루였다. 군부 독재 시절 땐 통법부로 전락한 아픈 역사도 있었다. 이제는 국회도 변할 때다.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시대를 맞아 한층 비대해진 국회에도 개혁의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기득권의 공고화는 비정상의 일상화다. 이에 본지는 총 3회 기획을 통해 개혁 사각지대의 그늘을 되짚어본다. <편집자 주>

87년 체제 이후에도 행정입법권은 무소불위 권력에 가까웠다. 3권(행정권·입법권·사법권) 중 행정부의 힘은 막강했다. 중앙정부 예속을 강화하는 신(新) 중앙집권 체제가 거침없이 질주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문민정부의 세계화에 발맞춰 다원화·분권화 등이 사회적 담론으로 제시되면서 기존의 행정 우위의 3권 체제는 중대 분수령을 맞았다.

여야가 행정입법 제·개정 시 입법부에 보고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회 신설제도’를 만든 것은 김영삼(YS) 전 대통령 집권 말기 때인 지난 1997년 1월이다.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 통제권을 논의한 지 20년밖에 지나지 않은 셈이다. 민주화 30년보다도 짧은 역사다.

◆朴 ‘배신정치’ 단초··· 19대 국회 때 폐기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행정입법 통제 문제는 1997년 이후 총 세 차례의 큰 변곡점을 맞았다. 국민의정부 시절인 2000년 2월 국회 상임위원회가 행정입법 가운데 ‘대통령령·총리령·부령’의 위법성 검토 후 법률 위반에 한해 소관 중앙행정기관 장에게 통보하는 조치를 마련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7월 행정입법 소관 부처의 처리 및 결과 보고 의무 규정을 신설했다. 박근혜 정부 땐 행정입법의 법률 위반 시 국회의 수정·변경 요청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의 요구 이후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 수순을 밟았다. 박 전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프레임이 나온 것도 이때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당시 여권 원내대표였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새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10일 국회에서 문 대통령에게 행정입법 통제 등을 포함한 118개의 입법 및 정책과제가 담긴 자료집을 전달했다. 새 정부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이는 정부가 법률 위임 없이 국민의 권리·의무와 직결된 행정입법을 제정할 경우 국민의 권익 침해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또한 행정입법과 국회입법이 충돌한다면, 국민 혼란은 한층 가중될 수밖에 없다.

국회 사무처 등에 따르면 제16∼18대 국회에서 상임위에 접수된 검토대상 행정입법 9793건 가운데 3388건(34.6%)이 검토 대상으로 분류됐다. 이 중 행정입법의 법률 위반 내용을 통보한 것은 418건에 달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 행사가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렸다.문재인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문 대통령 뒤편으로 '나라를 나라답게' '사람사는 세상'이란 글귀가 보인다.[사진공동취재단]


◆최대 쟁점은 국회 수정·변경 요구권 구속력

핵심 쟁점은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 수정·변경 요구권 신설’과 ‘법적 구속력’ 여부다. 현행 국회법 제98조2에 따르면 국회의 행정입법 통제 권한은 행정입법이 법률 취지에 반할 때 소관 중앙행정기관 장에게 그 내용을 통보하는 선에서 그친다. 

‘국회 수정·변경 요구권 신설’의 당위성은 사전 통제권의 필요성과 궤를 같이한다. 법원에 의한 행정입법 통제권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 즉 사후적으로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법적 구속력 여부다. 19대 국회 당시 개정안에서는 국회가 소관 중앙행정기관 장에게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요구를 받은 중앙행정기관 장은 이를 처리,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에 보고하도록 했다.

행정부 자체 판단이 아닌, 입법부가 행정입법을 통제할 수 있는지가 핵심인 셈이다.

이재교 세종대 교수(변호사)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행정입법은 행정부의 집행권한 중 하나다. 국회가 강제하겠다는 것은 3권 분립에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며 “헌법을 벗어난 법률은 헌법재판소, 법률을 벗어난 시행령은 대법원에 판단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 수정·변경 요구권 신설이 헌법 제75조와 제95조의 행정입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회 수정·변경 요구권을 신설하더라도 그 권한이 법률의 위임 범위 내에 그치는 한편 법원의 사후적 통제와는 달리, 직접적인 무효·취소 효력이 없어 행정입법 심사권에 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회 사무처·입법조사처는 이와 관련해 “국회의 행정입법 수정·변경 요구권 신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탄핵인용 이후 정국 정상화 논의를 위한 긴급현안질문에서 여야 의원들의 빈자리가 가득하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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