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사각지대] <上>의원 겸직-끊이지 않는 3권 분립 위배 논란, 왜?

2017-05-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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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국회의원의 겸직 논란은 해묵은 과제다. 여야의 기득권 내려놓기 및 정치혁신안에서 빠지지 않는 1순위였다. 그러나 미세조정만 있을 뿐, 근본적인 변화는 요원하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사진=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개혁은 공존의 미학이다. 개혁에 따른 분열과 통합의 균형점이 필요하다. 어느 한쪽만 청산 대상으로 삼는 불균형적 혁신은 위험하다. 피아(彼我)를 가르는 개혁이 아닌 탈정파적 사회적 혁신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입법부 역시 예외는 아니다. 87년 체제 이전 입법부는 민주주의의 보루였다. 군부 독재 시절 땐 통법부로 전락한 아픈 역사도 있었다. 이제는 국회도 변할 때다.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시대를 맞아 한층 비대해진 국회에도 개혁의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기득권의 공고화는 비정상의 일상화다. 이에 본지는 총 3회 기획을 통해 개혁 사각지대의 그늘을 되짚어본다. <편집자 주>

현역 국회의원의 겸직 논란은 해묵은 과제다. 여야의 기득권 내려놓기 및 정치혁신안에서 빠지지 않는 1순위였다. 그러나 미세조정만 있을 뿐, 근본적인 변화는 요원하다. 실제 제헌헌법 당시 ‘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의 의원 겸직은 1981년(제11대 국회) 때 ‘원칙적 허용·예외적 금지’로 바뀌었다가 2013년 8월 국회법 개정을 통해 다시 ‘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으로 전환됐다. 포괄적 허용을 금지하는 선에서 여야가 합의를 꾀한 셈이다.
지난해 6월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공익 목적의 명예직 범위를 축소하는 제20대 국회의원 겸직 기준을 마련했다. 다만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등은 여전히 예외다. 일각에선 의원내각제를 가미한 대통령제인 대한민국 헌법 특성상 의원 겸직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3권(행정부·입법부·사법부) 분립 위배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 현역 의원 입각, 대 행정부 견제 체제 무력화

23일 국회법에 따르면 제29조와 제29조2는 의원 이외의 직과 영리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전자는 공익 목적의 명예직과 다른 법률에서 의원이 임명·위촉되도록 정한 직, 후자는 본인 소유의 재산을 활용한 임대업 등은 예외로 규정했다.

2013년 국회법 개정 이후 정의화 당시 국회의장은 국회 윤리심사자문위 심사를 바탕으로 국회의원 42명에 대해 겸직 불가 및 사직 권고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여전히 문제가 되는 것은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 입각이다. 현재도 정치권 안팎에선 통일부(송영길·우상호)와 해수부(김영춘), 행정자치부(김부겸), 법무부(전해철·박범계·박영선), 고용부(홍영표), 미래창조과학부(변재일), 문화부(도종환), 여성부(남인순·유은혜·진선미, 이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현역 의원 입각설이 흘러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입법부의 행정부에 대한 견제·감시 체계의 무력화다. 현역 의원이 내각에 참여할 경우 ‘감독활동의 주체’가 곧 ‘감독 대상’이 된다. 대통령제를 기본 골자로 하는 통치구조 원리상 헌법에 명문 규정 없이 입법부와 행정부의 역할이 대통령 지명, 하나로 뒤바뀌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소공원에서 열린 '국민들과 함께하는 개표방송'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국정기획자문위도 논란··· “정책의 정파성 우려↑”

당·청 관계와 수직화도 문제로 꼽힌다. 실제 역대 정권은 국면전환 때 실세 측근 의원의 입각을 통해 집권당을 관리·장악하는 수단으로 사용해 왔다.

내우외환에 시달리던 박근혜 정부가 집권 2년차 친박(친박근혜) 좌장인 최경환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을 시작으로, 황우여·김희정·유기준·유일호 의원 등을 대거 입각한 게 대표적이다.

장점도 있다. 추진력이다. 정무적 감각과 정책적 능력을 통한 리더십으로 부처를 장악한다. 각 부처와 여야 정당 협상에서도 유리하다.

특정 상임위를 맡다 국무위원이 된 만큼, 상임위 법안 통과나 지역구 예산 등에서도 유리하다.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 땐 이재오 전 특임장관과 임태희 전 고용노동부 장관, 노무현 정부 땐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소방수 역할을 했다.

문제는 현행법은 행정부에 입각한 국무위원 등에 대한 의정활동 제한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총선이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사전 선거운동에 나서거나 자신의 부처에 유리한 본회의 표결에 참가할 수도 있다. 상임위 사임 규정도 없다.

현재 국회에는 겸직 의원의 국회 활동을 제한하는 국회법 개정안(유승희 민주당 의원)이 발의돼 있다. 19대 당시 일명 ‘이완구법’으로 불린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겸직 보수의 경우 높은 쪽을 수령한다. 특수활동비 등이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셈이다.

집권당 의원의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자문위원회 활동도 도마 위에 올랐다.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김진표 위원장 등을 행해 “겸직 금지 위반에 해당하는지 확인을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정기획위는 즉각 “국정기획위에 참여한 모든 의원은 국회의장께 겸직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무적 감각을 지닌 현역 의원들이 내각에 적절하게 참여하는 것은 장점이 있겠지만, 정책 등에 정파적 성향이 개입할 우려가 있다. 의원과 내각을 겸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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