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첫 훈련 때부터 휴대전화 사용은 자유롭게 풀어줬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했다."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의 조기 16강 진출을 이끈 신태용(47) 감독은 대회 개막을 나흘 앞둔 지난 16일 전주에서 첫 공식 훈련을 시작하면서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데 특별히 신경을 썼다.
월드컵, 올림픽에 버금가는 U-20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어린 선수들이 지나친 부담감을 갖는 바람에 오히려 큰 실수를 하거나 자신의 경기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걸 자주 봤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형님처럼 선수들과 격의없이 대화하며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집중했다.
그래서 선수들의 휴대전화 사용도 금지하지 않았다. 쉬는 시간 틈틈이 가족이나 친구와 전화 통화로 수다를 떨며 강도 높은 훈련 과정에서 쌓인 긴장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다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자제하도록 했다. SNS에 몰두하다보면 '하나의 팀, 하나의 정신'을 강조하는 대표팀의 분위기를 자칫 흐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자기에게 맡겨진 훈련과 역할만 충실히 해낸다면 행동에 최대한 자율성을 부여했다.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인 이승우(19·바르셀로나 후베닐A)가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머리를 염색하는 것도 막지 않았다.
젊은 선수들의 개성을 존중하고, 권위적인 감독보다는 편안한 형처럼 선수들에게 다가가는게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 감독의 '형님 리더십'은 선수들이 경기장 안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했고, 결국 한국이 A조 조별리그에서 2경기 연속 승리하며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지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직전 고인이 된 이광종 감독이 급성 백혈병으로 지휘가 어렵게 되자 올림픽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8강 진출 쾌거를 이뤘을 때도 신 감독 특유의 '형님 리더십'이 큰 효과를 봤다.
프로축구 K리그에서 99골 68도움이라는 '레전드급' 활약을 펼치고 지도자로서 능력을 인정받은 신태용 감독.
이번 대회 개막을 앞두고 1983년 멕시코 대회 '4강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던 신 감독의 도전이 16강을 넘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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