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협치의 시작이냐, 살얼음판 정국이냐.“
문재인 정부가 통상적인 당·청을 넘어 행정부와 입법부 간 협치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6월 정국 곳곳은 가시밭길이다. 협치의 첫 시험대인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여야 창과 방패의 대결인 임시국회 정국이 본격화한다.
다만 당시엔 대표적인 카리스마 리더십의 3김(김대중·김영삼·김종필)이 건재했다. 현재는 사실상 야권 공멸 상태다. 어느 한쪽도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한 셈이다. 남은 것은 ‘협치냐, 혼돈이냐’다.
◆與野 법안연계 카드 땐 공통공약도 ‘공염불’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6월 임시국회는 여야 모두 ‘공통공약 추진’과 ‘비공통공약 협상’ 등 투 트랙으로 접근할 전망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임시국회는 오는 29일부터 내달 27일까지 한 달간 열린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오찬회동에서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따라 여야는 검·경 수사권 분리를 비롯해 △징벌적 손해배상제 강화 △중소상공인 카드 수수료 인하 △장치 채권 채무 감면 △자영업자 고용보험지원 등 다섯 가지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협치 여부에 따라 미세먼지 대책 등이 추가적인 공통공약이 의제 테이블에 오를 수도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각 당 공통공약을 우선 추진하고, (22일) 국회의장과 5당 회동에서 정례적 회동을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공통공약 추진의 걸림돌은 ‘법안 연계’다. 예컨대 검·경 수사권 분리의 경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다. 그간 자유한국당은 공수처 신설을 ‘옥상옥’이라고 비판했다. 검찰 개혁의 일괄 패키지 처리 주장과 분리 처리의 주장이 충돌한다면, 공통공약조차 올스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일자리 추경 화약고··· 사드 재검토 난제
여야의 견해차가 첨예하게 갈리는 이슈는 그야말로 가시밭길이다. 최대 화약고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다.
문 대통령과 야당 원내대표 간 회동에서도 야당 원내지도부가 “구체적 내역 없이 찬성하기 어렵다”고 하자, 청와대는 추경 편성 세부내역을 조만간 국회에 보고키로 했다. 우 원내대표는 “일정은 확정이 안 됐다”면서도 “6월 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도 난제다. 여권 일각에선 ‘사드 재검토’ 기류도 엿보인다. 청와대는 6월 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드 재검토 및 철회 이슈가 정치권에서 불거지는 데 대해 ‘시기상조론’을 펴지만, 정의용 신임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사드 배치는 필요성을 떠나서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정당의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밖에도 기초연금 인상과 아동수당 지급, 최저임금 인상의 각론을 비롯해 △세월호 7시간 규명을 위한 국가기록물 열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 △4대강 비리 의혹 및 부정불법 축재 재산 국가환수 등도 뜨거운 감자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협치 시동으로 청와대와 국회 간 협치의 기반은 마련됐다”면서도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내각 인사들의 인준안 통과 여부에 따라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