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르토리코 분리 독립운동 美장기수 35년만에 석방

2017-05-20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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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에서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의 분리·독립 지지 운동을 벌이다가 반정부 선동·음모 등의 혐의로 기소돼 총 70년 징역형을 받은 오스카 로페즈 리베라(74)가 35년 복역 끝에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19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과 미 공영라디오(NPR) 등에 따르면 푸에르토리코 민족해방전선(FALN) 리더였던 로페즈 리베라는 전날 오랜 수감생활을 끝내고 제2의 고향, 시카고 서부의 푸에르토리코계 다수 거주지역 훔볼트파크로 돌아와 주민들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주민들은 거리에 푸에르토리코 전통음악을 틀고, 스페인어로 적힌 플래카드와 깃발을 들고서 "독립운동의 영웅" 로페즈 리베라를 맞았으며, 환영 인파 중에는 그가 40여 년 전 푸에르토리코계 어린이들을 위해 세운 학교의 재학생들, 옛 동지들도 있었다고 시카고 트리뷴은 전했다.

지지자들에 둘러싸인 로페즈 리베라는 "지난 35년 동안 여러분과 함께 이 자리에 다시 설 희망을 단 한순간도 버려본 일이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FALN 전 조직원 칼로스 알베르토 토레스는 로페즈 리베라의 석방을 "푸에르토리코 독립운동 대 서사시의 정점"이라고 표현했다.

이날 행사에는 루이스 구티에레즈(일리노이·민주) 연방하원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과 사회운동가들도 동참했다.

NPR은 푸에르토리코 수도 산후안에서도 로페즈 리베라 석방 환영 행사가 열리는 등 곳곳의 푸에르토리코 커뮤니티가 축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푸에르토리코에서 태어나 아홉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한 로페즈 리베라는 베트남전쟁 참전 후인 1960년대 후반부터 시카고 푸에르토리코 커뮤니티에서 사회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FALN에 가입하고 미국의 제국주의적 속성에 반대하면서 푸에르토리코 분리·독립 지지 운동을 벌이다 시카고·뉴욕·워싱턴DC 등의 정부 청사·백화점·은행·레스토랑에 폭탄 테러를 지시했다는 혐의를 쓰고 1980년 기소됐다.

로페즈 리베라는 1981년 시카고 연방법원에서 징역 55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됐으며, 1988년 탈옥 음모 혐의로 15년 형을 추가했다. 총 70년형을 받은 그는 1999년 빌 클린턴 행정부 특별사면 대상에 올랐으나 2명의 동료가 제외됐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로페즈 리베라는 수감 30년째이던 2011년 '미 연방 교도소에 남아있는 마지막 FALN 조직원'이란 기록을 세웠다.

국제 인권 운동가들은 로페즈 리베라를 "정치범·양심수"로 판단하고 오랜시간 한목소리로 석방을 요구했다. 이 가운데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등도 포함돼있다.

로페즈 리베라는 지난 1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단행한 마지막 특별사면 대상자가 됐고, 그때부터 4개월간 푸에르토리코에서 가택 연금 상태로 지내왔다.

한편, ABC방송은 로페즈 리베라가 다음달 11일 뉴욕에서 열리는 '미국 푸에르토리코인의 날' 퍼레이드에 그랜드 마샬로 초대됐다며 그를 테러리스트로 간주하는 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chicagorho@yna.co.kr

(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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