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韓, 북핵 해결에 적극·주도적 역할해야…北, 체면 살려줘야"
EU "협상 목적이 레짐 체인지 아니라는 것 분명하게 하는 게 좋아"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조윤제 특사를 비롯한 유럽연합(EU)·독일 특사단은 19일 브뤼셀 EU본부에서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의장 등 EU 지도부를 잇따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북핵문제 해법과 양측간 협력 강화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조 특사는 EU 지도부와 회동한 뒤 이날 오후 연합뉴스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새정부가 이번에 EU에 특사를 보낸 것을 EU가 높이 평가하며 각별하게 맞이했다"고 말했다.
EU도 이날 보도자료에서 한국의 특사 파견을 "EU와 한국 간 강력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 특사는 "투스크 의장은 본인과 문 대통령이 학생운동을 하고 투옥되는 등 삶의 길이 비슷하다며 좋아했다"고 소개한 뒤 "두 정상이 오는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이날 전달한 친서에서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갖는 것과 별개로 조속한 시일내에 공식적인 양자 정상회담을 갖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조 특사는 전했다.
조 특사는 이어 "EU측이 북핵 문제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해줬다"면서 "대북정책에서 한국이 오너십을 갖고 적극적,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문 대통령과 새 정부와 정확하게 의견이 일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EU의 대외정책인 '크리티컬 인게이지먼트(결정적 관여)'를 언급, "이는 제재가 목적이 아니라 제재를 통해서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는 게 목적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새 정부가 하려는 (대북정책과) 같은 접근법"이라고 강조했다.
또 "EU는 새 정부가 (북핵문제 해결에) 공통적인 철학, 태도, 접근방식을 갖고 있는 데 대해 고무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면서 EU 지도부는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EU측도 보도자료에서 "투스크 의장이 북한에 대해 국제 사회와 신뢰할 수 있고, 의미 있는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면서 "EU는 북한과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투스크 의장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도 "문 대통령과 통화를 마친 뒤 조 특사와 만나, EU가 북한과의 긴장을 완화하는 것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라고 적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북핵 협상과 관련, "이란 핵협상에서 얻은 교훈과 경험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과 온전히 공유하고 협조하겠다"고 약속한 뒤 "한꺼번에 다 얻으려고 하지 말고 단계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조 특사는 전했다.
조 특사에 따르면 모게리니 고위대표는 "지난 몇 개월간 한반도에서 군사적 행동 얘기도 나오고,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것을 우려해 미국에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중국에 대해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도 소개했다.
이란 핵 협상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헬가 슈미트 대외관계청(EEAS) 사무총장은 북핵 해결방안과 관련 "제재만으로는 안되고 다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게 제재의 성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면서 "상대방에게 모욕을 줘서는 안되고 체면을 살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조 특사는 전했다.
특히 그는 "이란 핵협상에서 얻은 교훈은 (협상의) 목적이 레짐체인지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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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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