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 도입으로 궁지에 내몰린 가운데 불거진 또 다른 악재에 공화당 지도부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공개한 지난해 6월 15일 공화당 지도부 회의 녹취록에서 나온 "푸틴이 트럼프에게 돈을 줬다"는 발언 때문이다.
당시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가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금품을 제공했을 것으로 내가 생각하는 두 사람이 있다"며 둘 중 하나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목한 것이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동료 의원들이 웃음을 터뜨리자 "신에 맹세한다"라고 말했고, 그러자 같은 자리에 있던 '공화당 일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유출되면 안 된다. 이게 우리가 진짜 가족이라는 걸 아는 방법이다"라며 입단속을 했다.
그러나 이로부터 1년여 만에, 그것도 러시아 스캔들이 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해 트럼프 대통령이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녹취록이 언론 지면을 통해 불쑥 튀어나온 것이다.
당사자인 공화당 지도부는 "농담이었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푸틴 자금 수수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 백악관에서 만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대사와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관련 기밀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과 맞물려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라이언 의장은 19일 보수 성향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금껏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누군가 1년 전 농담을 녹음해서 며칠 전에 뿌린 것인데, 정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고 당혹해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모두에게 걱정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공화당 지도부가 이처럼 뒤숭숭한 가운데 극우 성향 매체인 '브레이트바트'는 대화를 녹음해 유출한 인물로 에번 맥멀린 당시 공화당 하원 수석정책국장을 의심했다.
중앙정보국(CIA) 요원 출신인 맥멀린이 대화 자리에 있었고, 이후 '반(反)트럼프' 보수후보를 자처하며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한 것을 배경으로 들었다.
브레이트바트는 "공화당 지도부가 맥멀린을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이언 의장은 '맥멀린이 유출자인가'라는 라디오 진행자의 질문에 "나는 누군지 추측하지 않을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k0279@yna.co.kr
(끝)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