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변호사·사진)은 21일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복지공약이 실현하는 데 가장 필요한 요건으로 '사회적 합의'를 꼽았다.
0~5세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지원하는 '아동수당'과 9개월 동안 30만원씩을 미취업자에게 지급하는 '청년구직 촉진수당' 도입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 절실히 필요한 제도"라고 평가했다.
지난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 프레임에 갇혀 복지정책을 대거 수정·축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런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증세로 예산을 마련해야 할 복지공약은 법제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이찬진 위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은 아동수당·청년구직 촉진수당 등과 같은 '생애맞춤형 소득지원'이 핵심이다. 이같은 제도 설계가 현시점에 타당한가.
"아동수당은 아동의 양육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함으로써 아동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의미를 갖는다. 경제적 요인에 의한 출산 기피와 기출산 아동에 대한 부모세대의 전반적인 빈곤화로 인한 아동 생존·보호·발달권 보장의 미흡을 국가와 공공이 연대해 책임진다는 측면이나 인구정책 관점에서도 절실하다.
현재 실질적 실업 상태에 있는 청년들에 대한 현금 지원 제도가 전무하다. 이 시기의 빈곤 문제를 다소나마 해소하고자 현금급여를 제공해 구직으로 인한 어려움을 덜어 주는 사회정책 역시 절실히 필요하다."
-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월 30만원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이 현실에 부합하나.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공적연금이 보편화되지 못한 현실에서 과도기적이나마 기초연금"급여의 현실화를 통해 노인빈곤 문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연금 확대는 당장 노령세대의 구매력을 높여 국내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어, 경제 선순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연간 5조~10조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한 만큼 노인 소득분위별로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 아동수당 도입으로 기존 가정양육수당이 축소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도입 목적이 중복·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정양육수당은 급여액이 현실적으로 적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억제하는 효과가 크지 않다.
취업부모에겐 육아휴직 제도를 활성화하고, 현실적인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부모 중 한 명이 육아를 전담해 육아휴직급여가 지급되지 않는 가정에 대한 양육수당은 존치해야 한다. 이들 가정 모두에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동수당을 제공하려면 연간 최소 3조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실질적인 증세를 통한 재원조달 방안을 고려해 영유아 무상보육 대상자가 아닌 0~2세와 취학아동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 국민연금 기금을 활용한 복지 등 공공인프라 투자가 기금운용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있다.
"연금재정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최고의 제도적 보장은 인구구조 안정과 차세대 경제활동인구가 연금보험료 납부 인구집단 수준으로 유지되거나 완만하게 증가하는 것이다. 기금운용 수익으로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것은 허구다.
국민연금 기금을 저출산을 극복할 공공인프라에 투자하되, 국채 수준의 이자율이 보장되는 특수채를 발행하는 것은 국민연금법에서 허용하는 공공투자의 적법성을 갖추고 있다. 이는 또한 국내 채권투자 중 특수채 투자 형식이다. 따라서 공공인프라 투자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실천할 수 있다.
투자 규모도 매년 새로 조성되는 여유자금의 20% 남짓이고, 전체 기금의 2~3%에 불과해 기금운용의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중요한 점은 이 공약이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미래투자인 인구투자로서의 효과성이 얼마나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 문재인 정부의 복지공약이 축소·폐지되지 않기 위해 보완하거나 강화해야 할 점은.
"먼저 공약들이 우리 사회의 심각한 불평등 문제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사항들임을 국민에게 진솔하게 설명하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빈곤 문제 해소에 드는 재원을 마련할 재정 지출구조 개혁과 상대적으로 경제적 부담 능력이 높은 대기업 등 막대한 이윤이 유보된 기업을 중심으로 한 가계소득 증대 같은 1차분배(소득) 정의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가계소득 증가를 꾀하고 일자리 확대·안정정책을 조기에 착수하면서 증세를 위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현재 재정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수준을 진솔하게 밝히고, 앞으로 증세를 통해 단계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내용은 법제화로 확정함으로써 정책과 제도의 신뢰성을 높여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