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충범 기자 = 대선 전 짙은 관망세를 보인 부동산 시장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여일 만에 모델하우스 오픈 사업장이 급증하는 등 활기를 보이고 있다.
건설사들이 그간 중단했던 공급의 재개에 나섰고, 기존 아파트 가격도 상승하는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시장이 점차 살아나는 모습이다.
21일 부동산114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전국에서 총 9곳의 사업장이 모델하우스를 오픈하며 내방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날 모델하우스 곳곳은 입구에 줄이 길게 이어지고 상담 부스에 연신 질문을 쏟아내는 예비 청약자들로 가득할 만큼 신규 분양 단지에 대한 열기가 이어졌다.
주요 사업지인 서울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5구역 '보라매 SK 뷰'의 경우 모델하우스 개관 첫날에만 1만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모델하우스 주변은 계속되는 차량 진입으로 인한 교통체증이 빚어졌고, 방문객에게 간이 상담을 하는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 관계자들까지 가세하는 등 혼잡한 양상을 보였다.
경기 김포시 걸포동 '한강 메트로 자이' 모델하우스는 지난 19일 문을 연 후 주말 사흘간 무려 6만5000여명(21일 추정치 포함)의 인파가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GS건설 관계자는 "30~40대 방문객이 주류를 이뤘고, 모델하우스가 현장 부지에 마련돼 걸포북변역(예정)과의 거리를 직접 확인하는 수요층도 있었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 같은 분양시장의 상승 흐름이 여름 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실제로 오는 26일에는 금주보다도 6곳 확대된 총 15곳의 모델하우스가 문을 열 예정이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연구원은 "이달 초순까지는 조기 대선에 따른 불안 심리 확대로 건설사들이 주택신규공급에 나서지 못했다"며 "이 과정에서 수도권 일대 인기지역의 경우 대기 수요가 자연스레 확보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선 이후 불안감이 어느 정도 종식되면서 분양시장에 수요층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적체된 물량도 많고, 여름철 비수기도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당분간 청약 열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아파트 시장도 수도권 중심으로 상승 기지개…재건축 매물 소진
새 정부 출범 이후 기존 아파트 시장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조금씩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추진단지나 개발 기대감이 높은 송파, 저가매물이 누적됐던 인기 지역의 경우 거래량이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03%를 기록, 전주보다 0.01%포인트 상승 폭이 커졌다.
서울은 0.13%로 전주보다 0.05%포인트 상승 폭이 커졌고, 경기지역은 0.04%로 0.01%포인트 더 올랐다. 인천도 0.05%로 0.04%포인트 증가하는 등 수도권 전반적으로 오름 폭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서울 재건축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서울 재건축 매매가 변동률은 0.36%로, 지난 12일 0.38%에 이어 고공 상승세가 이어졌다.
개별 단지를 살펴보면 강동구의 경우 이달 2일 관리처분계획이 통과되며 매물이 빠르게 소진된 '둔촌주공 1·2·3·4단지'가 250만원에서 4500만원까지 올랐고, 송파구 잠실동 '우성 1·2·3차'도 500만~1000만원가량 시세가 올랐다.
윤지해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아파트 시세 변동은 새 정부 출범 요인에 따른 것이기보다는 대규모 재건축 단지 이주, 주요 지역의 대규모 입주, 개발 이슈, 계절적 요인 등에 따라 흐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윤 연구원은 "특히 이번 주부터 수도권 분양물량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어 '장미 분양'으로 일컬어지는 5~6월 청약경쟁률 결과에 따라 기존 아파트 매매가격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