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발점은 트위터였다. 그는 과거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애증이 가득한 전직 노빠로서 노무현을 김대중에 갖다 댈 때마다 좀 부끄러웠는데, 문재인을 노무현에 갖다 대는 건 화가 난다”, “데이트 전에는 홍어 먹어라. 향에 취할 것이다”, “문 안은 손 잡고 자격 미달을 이유로 사퇴해라”, “엉덩이가 큰 여자 중 나쁜 애는 없다”는 등의 글을 게재·리트윗한 것이다.
지역 차별·여성 차별적인 발언도 충분한 논란거리였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자신이 감독한 영화 ‘불한당’에 대한 성희롱적인 발언이었다.
그는 “불한당에서 재호랑 현수가 잤음”, “불한당 GV 가고 싶다. 감옥 안에서 임시완과 설경구 섹X신 찍을 때 무엇에 중점을 뒀나요 질문할 것임”, “이 영화가 얼마나 XX였냐면 그냥 둘이 각자 따로 떨어져 뱉는 대사조차도 엄청난 XX였다. XX였음에 틀림이 없으며 XX이다” 등의 반응을 리트윗했다.
변 감독은 앞선 기자간담회 및 인터뷰를 통해 수차례 “재호와 현수의 감정은 멜로”라고 설명한 바 있다. 심지어 이 감정을 작품에 담기 위해 “설경구에게는 멜로의 감성을 충분히 설명했고, 임시완에게는 비밀에 부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변 감독이 리트윗한 글로 인해 의미를 잃게 됐다. 단순히 퀴어영화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물론 퀴어영화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퀴어적 성향을 철저한 의도로 숨겨두고 배우들에게 인지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불온하다는 것이다.
특히 엘리베이터 신의 경우 임시완은 성적 컨텍스트를 인지하지 못한 채 작품에 임했고, 변 감독은 설경구에 퀴어 섹슈얼을 주문했다. 임시완은 감독의 의도로 배제된 것이다. 이에 임시완은 당연히 “그런 의도인지 몰랐다”, “사랑이라 생각지 않았다”고 밝혔고 몇몇 영화 팬들은 “어떻게 모를 수 있냐. 작품을 이해하지 못했다”며 비난했다. 변 감독은 이마저도 리트윗했다.
트위터 논란이 커지자 변 감독은 급히 사과글을 올렸다. “아무 생각 없이 적었던 저속한 발언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모든 분께 사죄드린다”며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수개월을 같이 고생한 배우와 스태프분들께 더더욱 면목이 없다. 배우의 팬분들께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차별주의자나 여성 차별주의자는 결코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면서 “영화 ‘불한당’은 제 개인의 영화가 아니다. 아무쪼록 이 영화가 저의 부족함 때문에 온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일이 없도록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성현 감독은 중요한 사과 대상을 빼먹었다. 바로 배우들이다. 변 감독은 임시완에 대한 성희롱적 발언, 캐릭터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며 비난하는 글을 리트윗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았다.
배우 설경구와 임시완에게 영화 ‘불한당’은 중요한 작품이었다. 몇 년간 부진한 성적으로 아쉬움을 샀던 설경구에겐 재기의 기회였고, 입대를 앞둔 임시완에게는 좋은 마무리가 필요했을 터다.
두 배우는 작품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열연을 펼쳤고 국내외 관객 및 평단에 호평까지 얻었다. 작품의 완성도 역시 뛰어나다. 거기에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되는 영예까지 얻게 되었다. 그런데 “다 된 밥에 코빠트리기”라니. 거기에 그 ‘코’를 빠트린 게 감독이라니. 황당할 따름이다. 사과 역시도 논란 진화에 급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편 시끄러운 논란을 뒤로한 채, 변성현 감독은 칸 국제영화제에 방문한다. 25일 국내 취재진을 만나게 될 변 감독이 이번 논란에 대해 어떤 말을 남기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