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화 시대'를 선언했지만 '비정규직'의 범주를 두고 혼선이 일고 있다. 특히 금융공기업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올 1분기 주요 금융공공기관 7곳(예보·신보·기보·캠코·주금공·산은·수은)의 비정규직은 총 476명이다. 하지만 소속 외 인력 1395명과 무기계약직 총 402명을 포함할 경우 비정규직 수는 2273명으로 증가한다.
기술보증기금은 최근 22명의 비정규직 가운데 휴직자 대체인력 16명과 전문직 2명을 제외한 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속 외 인력 등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현재 금융공공기관 비정규직 대부분은 박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이어서 전환 대상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정규직 전환의 핵심은 무기계약직과 소속 외 인력의 포함 여부가 될 전망이다. 한 금융공공기관 관계자는 "무기계약직은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에 비정규직으로 분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기업은행이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논의를 함에 따라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무기계약직과 정규직의 연봉차가 현격한 점에 비춰 무기계약직도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알리오에 따르면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의 연봉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기술보증기금이 5703만원으로 가장 컸다. 이어 주금공 5512만원, 캠코 5272만원 등으로 금액 차이가 5000만원을 웃돌고 있다.
소속 외 인력의 전환 여부에도 관심사다. 소속 외 인력이란 외주업체를 통해 파견·용역 등의 형태로 고용된 비정규직이다. 이들의 근로조건은 직접 고용 비정규직보다 대우가 더 열악하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정규직 전환' 대상을 '공공기관이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으로 한정했다. 공공기관은 이 틈을 파고들어 정규직으로 전환할 의무가 없는 '소속 외 인력'을 늘렸다. 실제로 올 1분기 주요 금융공공기관 7곳의 전체 종사자(1만1741명, 비정규직·소속 외 인력 포함) 가운데 비정규직(476명)은 4.05%이지만 소속 외 인력을 포함시키면 비정규직 비중은 15.94%(1871명)로 껑충 뛴다.
일각에서는 업무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일괄 정규직 전환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공기관 관계자는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의 경우 그간 정규직으로 꾸준히 전환해 왔다"면서 "초단기 근무자들의 업무는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로 보기 힘들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에 의문이 든다"며 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한편, 정부는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를 수집하기 위해서 18일 국가통계위원회를 열고 공공부문 고용통계 초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에서 검토된 공공부문 고용통계는 이후 승인 절차를 밟은 뒤 오는 6월 중순쯤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공무원은 물론 공공기관과 지방공사를 아우르는 공공부문의 총 일자리와 비정규직 규모 등이 담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