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카드사 "최고금리 낮아지면 대출금리 올릴 수밖에 없다"

2017-05-1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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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카드사의 수익모델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법정 최고금리 인하 공약 때문이다. 가맹점 수수료와 금융사업을 양대 수익원으로 삼는 카드사들의 비즈니스 전략이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이라 업계의 고민도 깊어진다.

◇ 성장시계 멈췄다… 카드사들 "한국서 카드사업 하지 말라는 것"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내 영세 및 중소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하와 여신금융기관과 대부업체의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인하하겠다는 입장이다. 서민이 주로 이용하는 신용카드·캐피털·저축은행 등이 포진한 만큼 이자를 낮춰 서민의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조치다.

카드사들은 중소 가맹점 수수료를 내린 지 1년 만에 가맹점 수수료를 또다시 0.3%포인트 인하해야 할 상황이다. 지난해 영세가맹점(연매출 2억원 이하는 0.8%)과 중소가맹점(연매출 2억~3억원는 1.3%)의 수수료를 각각 0.7%포인트씩 내렸다.

법정 최고금리 상한을 낮추는 것도 카드사에게 부담이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줄어드는 신용판매 수익을 대출에서 충당하기 때문이다. 카드사에 금리캡이 설정되면서 성장률도 수년간 제자리다. 실제 지난해 8개 카드사 순이익은 1조81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92억(9.9%)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더 이상 카드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라며 "카드사의 단순 순이익이 1조원이 넘는다고 가맹점 수수료를 내리고, 대출고객의 금리를 더 내려도 된다는 식의 발상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정부가 수수료와 금리 등 가격에 직접 개입할 게 아니라 신용도와 서비스 경쟁력으로 살아남도록 시장원리에 부합하는 금융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금리캡은 결국 대다수 카드 이용자에 돌아갈 서비스가 위축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 법정 최고금리 인하하면 서민에 이득일까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카드사와 캐피털,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은 전체 대출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신용카드의 단기카드대출 평균금리는 17.33~21.14%다. 그러나 리볼빙, 연체이자율 등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패널티 고객에 부여되는 대출금리는 20.57~27.9%다. 법정 최고금리는 대출 이자율뿐 아니라 연체이자율 등 모든 대출 상품에 적용되기 때문에 금리가 20%로 낮아지면 금융회사는 줄어든 비용을 상쇄할 다른 수익처를 찾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카드사의 수익원을 대체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카드업계 수익구조는 신용판매와 금융사업이 각각 70%, 30% 비중이다. 일부 카드사에서 전월세시장, 부동산임대료 납부서비스, PB상품 출시 등 부수업무를 수행하지만 시장 확대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선 금융사들의 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이 전체 소비자의 이자 부담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카드사는 수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위험관리를 위해선 고객 신용도에 따른 금리 차별화가 필수적이다. 최고금리를 지나치게 낮은 수준으로 평준화하면 2금융권은 신용리스크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연체 고객에 제대로 된 패널티를 부여하지 않으면 금융사의 리스크가 매우 높아진다"며 "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해 결국 성실 채무자나 저리로 대출이 가능한 대다수 소비자의 대출이자가 높아지는 금리상향 평준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대출금리 역시 비용을 유발시키는 사람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책정되는 것이다"라며 "모든 대출상품의 최고 금리를 20%로 떨어뜨리면 채무를 정상적으로 갚지 않는 사람에게 부여될 패널티가 다른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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