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동양사태 이후 4년 만에 결실 보나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지지부진하던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 도입 움직임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탄력을 받고 있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문 대통령의 '재벌개혁' 관련 대선 공약인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 도입을 뒷받침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대통령 공약 사안이기 때문에 준비하고 있으며, 대통령 업무보고 후 도입 일정 등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은행·보험·증권 등 권역별 감독을 하고 있다.
개별 금융사의 부채 총액, 자본금 등을 파악해 건전성을 판단하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개별 금융회사 자체로는 큰 문제가 없지만, 계열사를 묶어놓을 경우 위험이 옮아가는 경우가 생겼다. 그룹 내 금융 자회사와 비금융 자회사 간 자금 거래로 부실이 심화될 경우 이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동양 사태가 그 대표적 예다.
동양그룹은 2013년 대부업체인 동양파이낸셜대부를 통해 계열사에 자금을 불법 지원했다. 또 동양증권을 통해 부도 직전의 자회사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판매해 개인투자자 4만여 명에게 1조3천억원대 피해를 줬다.
비금융 계열사의 위험이 그룹 내 금융회사를 통해 그룹 전체로 번지고 금융소비자에게까지 전가됐는데도 사전에 감독할 수단이 미흡했다.
그룹 내 금융계열사 전체를 묶어 리스크를 따져보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이 도입되면 금융회사의 자본 적정성을 개별회사가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평가하게 된다.
계열사 간 출자 금액을 차감한 뒤에 금융그룹 전체의 자본이 충분한지 확인하는 게 핵심이다.
예를 들어 삼성물산이 조달한 자금을 삼성생명에 출자하고 삼성생명이 그 돈을 이용해 삼성전자에 출자할 경우 현행 감독 시스템 아래에서는 각각의 출자분이 모두 적격자본이지만 통합감독 시스템 아래서는 그룹 내 출자분이 적격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계열사와의 자금 거래도 파악하기 쉬워진다. 계열 보험·증권사 등을 이용해 고객자금을 계열사에 불법 지원할 경우 잡아내기 용이해진다.
금융그룹 내 대표 금융회사도 선정해야 한다. 대표 회사는 금융 자회사들의 재무 상황과 리스크를 금융당국에 보고하고 공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복합금융그룹의 경우 금융지주사처럼 하나의 대표 회사를 선정하기가 어려워 금융당국은 이 문제를 놓고 고심을 거듭해왔다.
지주사 전환을 준비했던 삼성의 경우 비교적 지분 정리가 잘 돼 있어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그룹 내 금융계열사들의 리스크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롯데의 경우 지분 관계가 복잡해 어떤 회사를 대표 회사로 선정해야 할지 명확지 않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 도입 시도는 4년 전부터 있었다.
금융위는 2013년 11월 '동양그룹 문제 유사사례 재발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제도 도입에 시동을 걸었다.
금융위는 당시 동양사태 원인으로 "다수 계열사가 서로 연계된 금융부실·불법행위·불완전판매 관행에 대한 조기 인지와 대응이 불충분했다"며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에 대한 효과적 감독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014년엔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에 대한 금융 부문 평가에서 "은행 부문에 초점을 둔 개별 감독 방식에 머물러 금융그룹 전반에 대한 이해와 사전예방적 분석이 미흡하다"며 통합감독 시스템 도입을 권고했다.
이에 금융위는 2015년 대통령 업무보고에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그해 11월에는 금융연구원 주최로 공청회를 열어 금융감독 시스템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모범규준을 통해 자율적인 통합감독을 추진해 본 뒤 법제화를 추진하기로 했으나 지난 한 해 동안 진척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위가 2016년 대통령 업무보고에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 추진 계획을 빼자 국회를 중심으로 삼성그룹의 반대 의견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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