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서부 워싱턴 주 남동부의 핸퍼드 핵저장소에서 핵폐기물이 들어있는 터널이 무너져 일대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9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날 아침 터널이 무너지면서 핵저장소에서 일하는 근로자 수백 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미 에너지부가 공식적으로 피난 명령을 내렸다. 터널이 붕괴할 당시 내부에 근로자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터널 붕괴 원인은 보고되지 않았다.
무너진 터널 구간은 약 6.1m 정도로 총 109m에 달하는 전체 터널의 극히 일부분이다.
하지만, 에너지부는 붕괴 구간에서 오염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가능성이 있어 비상대응 프로토콜을 발효했다고 밝혔다.
시애틀에서 남동쪽으로 275㎞ 떨어진 핸퍼드 핵저장소는 수십 년간 핵무기 제조용 플루토늄을 만든 곳으로 알려졌으며, 미국 내 핵폐기물을 처리하는 부지 중 최대 규모이다.
플루토늄 제조 공정은 1980년 중단됐고, 이후 1989년부터 정화 작업이 시작됐다.
붕괴된 터널 구간은 이른바 퓨렉스(PUREX·플루토늄 우라늄 추출 시설)로 부르는 2개의 터널이 만나는 곳이다.
에너지부는 "과거 사용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했는데 최근에는 가동한 기록이 없다"면서 "그러나 여전히 고농축 핵연료에 의해 오염돼 있을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부는 현장에 로봇을 투입해 오염도를 측정하고 있다.
워싱턴 주 생태국의 랜디 브래드버리 대변인은 "지금까지는 방사능이 유출됐다는 보고는 없다. 다친 근로자도 없다"고 말했다.
현장 근로자들에게는 즉시 주변 공기를 환기하도록 하고,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아무것도 먹거나 마시지 말라는 명령이 떨어진 상태다.
과학자들은 토양 붕괴가 잠재적으로 방사능 추가 오염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터널 내부에는 사용후 핵연료를 실어나르던 38개의 레일 차량이 있었다고 한다.
미 연방항공국은 터널 붕괴 사고가 일어난 인근 지역으로의 항공기 비행을 금지했다.
제이 인슬리 워싱턴 주 지사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보고를 받았다. 커뮤니티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 현장을 봉쇄하고 사태를 수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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