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통상 외교의 역할이 중요해졌지만, 우리나라는 그간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인해 국제무대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 사이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또는 종료 카드로, 중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우리를 양쪽에서 옥죄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스트롱맨'으로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상대해 무역장벽을 뚫고 수출 회복세를 견고하게 이어가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 '트럼프식 협상'에 어떻게 맞설까
트럼프 미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한미 FTA를 비롯해 그동안 미국이 체결한 모든 무역협정에 문제가 없는지 전면 재검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달 27일에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를 재협상(renegotiate)하거나 종료(terminate)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수차례 미국을 방문하며 한미 FTA의 긍정적 효과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볼 때 결과적으로는 미국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주석은 직접 미국을 방문해 양국 간 협력의 물꼬를 텄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동시에 통상 현안에서도 전환점을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문 당선인은 그동안 한미 FTA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재협상에 들어갈 경우 미국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그는 한미관계와 관련해 "군사동맹과 FTA를 바탕으로 전략적 유대를 지속한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지난 1일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는 "(한미 FTA를) 폐기는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서로 이익을 주고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 재협상이 현실화될 경우에는 "우리는 국익을 지켜내고 이익 균형을 맞추는 노력을 하면 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다만 미국 행정부를 설득하고 우리의 요구를 관철할 구체적인 전략은 아직 밝히지 않아 어떤 복안이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 중국 사드보복 사그라질까
우리나라 수출이 2년간의 부진을 딛고 지난해 말부터 회복세를 타기 시작한 점은 새 정부의 부담을 다소 덜어준다.
지난 4월 통관 기준 수출액은 역대 2번째로 많은 510억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수출은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 연속 증가했고, 4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갔다.
2015년과 2016년 연간 기준 2년 연속 감소라는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든 한국 수출이 바닥을 찍고 다시 올라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 환율 변동성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하방 위험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기준 우리나라는 30개국으로부터 187건의 수입규제 조치를 받고 있거나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나라별로 보면 인도 33건, 미국 23건, 중국 14건 순이다.
특히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국산 화장품 등에 대한 통관을 강화하는 등 비관세장벽을 함께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양자·다자간 무역채널을 통해 중국의 사드보복에 이의제기하고 있지만, 중국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산업연구원은 중국의 수입규제가 강화돼 한국에서 중국으로의 수출이 10% 감소한다면 우리나라의 대외소득은 2.7% 떨어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새 정부는 사드보복과 관련해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당선인은 지난 3월 3일 "중국 정부의 도를 넘는 보복 조치에 유감"이라는 논평을 내놓았다.
지난달 1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한국에 대한 중국의 사드보복은 잘못된 것이라고 중국 정부에 단호하게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무역협회 김인호 회장은 "새 정부는 신(新) 보호무역주의 파고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하고 효율적인 통상대응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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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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