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당선] 여소야대 '협치와 연정' 시험대에 서다

2017-05-10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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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 인선·정부조직 개편·개헌논의·지방선거 등 험로 예상
여소야대·다당구도 '협치와 연정'은 선택 아닌 필수
文대통령, 대탕평·대통합의 '통합 정부' 구상 밝혀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5·9 장미대선까지 이어진 정국의 혼란기가 마무리되고 문재인 대통령 시대의 막이 올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촛불민심'의 지지에 따라 개혁을 기치로 내건 새 정부가 출범했으나, 국회 내 여소야대 구도와 앞으로의 정치일정 등을 고려할 때 '협치와 연정'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9년 2개월만에 집권여당으로 복귀한 더불어민주당은 원내 1당이지만 국회의원 의석수는 120석에 불과하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현재 94석이지만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의 재입당 절차가 마무리되면 106석으로 늘어나 민주당과 큰 차이가 없는 거대야당이 된다.

여기에 40석의 국민의당은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에서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고, 추가 탈당을 저지하면서 교섭단체 유지에 성공한 바른정당도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다.

이 같은 여소야대·다당구도에서 새 정부와 민주당만으로는 주요 법안의 국회 통과마저 불투명하다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정치권에선 자칫하다가는 새 정부가 역대 '최약체'의 정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당장 문 당선인과 함께 국정을 꾸려갈 국무총리와 장관 인선부터 험로가 예상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탓에 새 정부의 초대 총리·장관 후보에 대해서는 인사검증이 다소 미흡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권이 국회 청문회에서 독한 마음을 먹고 벼른다면 청문회 통과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정부조직 개편도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역대 정권 출범 때마다 정부조직 개편을 두고 여·야간 힘겨루기 양상이 벌어졌다.

문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소벤처기업부 신설 ▲외교부를 외교통상부로 개편 ▲해양경찰청·소방방재청 독립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미래창조과학부 개편 ▲교육부 기능 축소 등의 정부조직 개편을 공약했다.

여기에 개헌논의도 향후 정국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대선 과정에서 개헌논의가 불거지자 문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후보들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개헌 찬반 투표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이 개헌 카드를 꺼내 들고 여권을 압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자칫 총리·장관 인선과 정부조직 개편, 개헌논의 등을 두고 여·야가 대립각을 세울 경우 몇 달간 새 정부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태도 빚어질 수 있다.

결국, '협치와 연정'은 새 정부에게 선택 과목이 아니라 필수 과목이 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문 당선인도 이 같은 현실을 인식하고 대탕평과 대통합의 의지를 내비쳤다.

문 당선인은 9일 투표 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가 끝나면 이제부터 우리는 하나"라며 "저부터 경쟁한 다른 후보들, 다른 정당들을 껴안고 협력하는 정치를 하겠다. 국민도 선거가 끝나면 하나가 돼 국민통합을 꼭 이뤄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당선인은 장미대선이 종반부로 접어든 시점인 4일 '통합정부' 구상을 공개하면서 대탕평과 대통합의 의지를 밝혔다.

문 당선인이 제시한 통합정부는 정파와 지역, 세대를 뛰어넘는 대탕평의 원칙에 따라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를 발굴해 최고의 정책을 만드는 정부를 지향한다.

다만, 야권이 대탕평·대통합 기치에 얼마나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새 정부 출범 초기 정파 간 힘겨루기는 늘 반복된 일이지만, 특히 이번에는 지방선거가 1년도 남지 않아 야권이 정치적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비협조적으로 나올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소야대와 국회의 다당 구조 아래서는 새로운 연합정치의 실험이 불가피하다"며 "거대 양당이 주도하는 과거의 정치 패러다임에서 탈피해 협력의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협치와 연정'이라는 피할 수 없는 정치 체제를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 있을지 문 당선인과 더불어민주당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섰다.

kind3@yna.co.kr

(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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