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필요 없는 차관직에 '실세차관' 임명할 듯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별도의 대통령직 인수기간 없이 바로 대통령에 취임하게 됨에 따라 당분간 전임 정부의 각료들이 국정 운영에 참여하는 '동거정부'가 불가피하게 됐다.
역대 정부는 인수위를 거치면서 대선 이후 약 2개월의 정권 인수인계 절차를 밟았지만, 현행 인수위법이 대통령 당선인에게만 적용되는 탓에 문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를 꾸릴 수 없었다.
인수위의 핵심업무는 정부조직 개편과 대통령 취임식 준비 등이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주요 부처 장관 후보의 인수위 자체 검증과 국회 청문회, 국회 동의 등 내각 각료들에 대한 인사도 이 기간에 이뤄졌다.
이번 정부는 정권 인수준비 기간을 거치지 않은 탓에 총리와 장관 후보에 대한 인사검증이 다소 미흡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역대 정부 인수위에서 두 달간 인사검증을 통해 발표한 총리·장관 후보자도 국회 인사청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낙마하는 경우가 허다했던 마당에 짧은 검증기간을 거친 후보가 청문회장에 들어섰다가 줄지어 낙마하는 사태가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야권이 인사청문회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더라도 내각 구성 마무리에는 적어도 한 달 이상 걸릴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야권이 독한 마음을 먹고 인사청문회를 벼른다면 내각 구성에만 수개월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문 당선인은 상당 기간 전 정부의 각료와 불편한 동거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미 사퇴 의사를 밝혔고 다른 장관들도 대부분 이날 중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모든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면 국무위원 정족수 11명을 채울 수 없어 국무회의를 열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국무총리는 정석대로 청문회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국무회의 개최를 위해 나머지 장관들은 선별적으로 사표를 수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청문회와 총리의 제청 절차가 필요하지 않은 차관직에 새 정부의 개혁과제를 진두지휘할 '실세 차관'을 임명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당선인을 보좌할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 비서관 등 청와대 참모진 명단도 서둘러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비서실장은 국정과제 선정과 정부조직 개편, 각료 인선 작업에 상당한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국무총리 못지않게 관심이 집중되는 자리다.
향후 각 부처 장관의 인선과 검증을 담당할 민정수석 역시 임명을 서둘러야 할 자리다. 민정수석실 구성이 늦어지면 다른 각료 인선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와 장관 인선은 '통합정부'의 기치를 내건 문 대통령의 대탕평·대통합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문 당선인은 지난달 2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제가 영남인 만큼 영남이 아닌 분을 초대 총리로 모시겠다"고 공언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발언이 호남 출신 총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또 주요 부처 장관 역시 어느 정도 지역 안배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kind3@yna.co.kr
(끝)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