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지윤·이창환 인턴기자 = "나는 광화문에 중독됐다! 오늘은 그동안 나온 촛불집회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 같아서 너무 기분 좋아요!"
제19대 대통령 선거 출구조사 결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당선이 유력·확실시되자 9일 오후 광화문 광장은 축제 분위기였다. 남양주에서 온 50대 여성은 촛불집회에 21번을 나왔다며 감격에 찬 듯 이처럼 말했다.
◆ 촛불의 광장에서 축제의 장으로
이날 광장에 모인 사람들 중 상당수는 지난 촛불집회를 회상했다. 손모씨(35·남)는 "문 후보의 당선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문 후보가 말한 것처럼 정권교체는 국민의 마음이 담긴, 촛불민심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원에서 온 50대 여성은 "지난 겨울 촛불집회를 나오면서 너무 추운 날들을 보냈다. 하지만 오늘은 너무 기분이 좋다"고 들뜬 마음을 표현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문 대통령 당선인은 정치를 해나가는 것이 힘들 거라고는 생각한다"며 "다만 잔재 기득권 세력, 묵은 적폐를 청산해서 많이 힘든 세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돗자리를 펴놓고 간식을 나눠 먹으며 둘러앉아있던 20대 여성 4명은 "같은 후보를 지지·응원하는 마음으로 이미 3시부터 승리를 예상하고 파티를 하고 있었다"며 "그간 촛불 집회도 여러 번 나왔다. 문 후보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 적폐청산 적임자로 '文' 선택
"봄이 열렸다"
비교적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이와 함께 광장에 나온 박문수씨(45·남)는 "앞으로 연정을 통해 적폐청산 같이 우리 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도 "헌정이 중단되는 사상초유의 사태에서도 헌법에 기반해 잘 헤쳐나간 모습을 보며 한국 민주주의가 한층 성숙해진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현장에서는 적폐청산을 위해 '전략적 선택'으로 문 후보를 지지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문 후보의 비판적 지지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나모씨(35·남)는 "솔직한 내 마음은 심상정 후보를 지지하지만 최악의 결과를 막고자 문 후보를 뽑았다"며 "이번 대선이 적폐청산의 초석을 놓는 역할만 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업무를 마치고 광장을 찾았다는 직장인 김모씨(30·남) 역시 "처음부터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건 아니지만 적폐청산을 위해 투표했다"고 강조했다.
◆ '新대한민국' 기대감 커져
직장인 박모씨(28·남)는 "문 후보의 당선으로 진짜 세상이 바뀔꺼라고 생각한다"며 "이 자리가 너무 즐겁고 재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재인은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고 소통을 많이 해서 좋다"며 "동성애 논란 일었을 때도 바로 피드백하고 해명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소통하는 대통령이 나온다면 우리나라는 희망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취업을 준비 중인 김모씨는(27·여) "엄마가 늘 새누리당을 찍던 보수적인 사람인데 이번에 문재인을 뽑았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을 보며 울컥했다"며 "이제 나이 든 어른들의 여론이 바뀌어 우리나라가 달라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인천에서 온 김원아씨(30·여)는 "19대 대선은 젊은층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며 "이제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 꿀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마포구에서 온 김모씨(30대·여)는 "문 후보가 단일화 없이 자기 색 그대로 대선에 임하는 모습이 좋았다"며 "자신의 소신이 뚜렷한 정치인들이 앞으로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