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한중협력 양립, 위안부 합의 처리 '숙제'
북한 핵·미사일에 맞선 '킬체인' 조기 구축도 과제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문재인 정부는 격동의 한반도 정세 속에 20여년 묵은 난제인 북핵 위협을 해소하고 북한의 도발에 맞설 억지력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꽉 막힌 남북협력의 문도 다시열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제를 안고 출범하게 됐다.
우선 최대의 안보 위협으로서, 국가 생존과 직결되는 북핵 문제를 국제 공조 속에 풀어 나가야 한다.
북한 핵무기는 5차례 핵실험을 거치며 완벽한 실전배치를 눈 앞에 두고 있다는 것이 정부 당국의 판단이다. 정확도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미 한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을 정도로 핵무기 소형화 및 운반 수단 개발에 성공했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런 심각성과 함께 기회의 문도 열려 있다. '최대 압박과 관여'라는 이름의 대북정책을 수립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 문제를 최우선 안보 현안으로 삼은 채 중국의 적극적인 대북 압박 동참을 이끌어내면서 미·중간 북핵 공조가 모처럼 역동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북핵 문제의 최우선 당사자로서 '조정자'이자 '촉진자' 역할을 해 내야 한다.
비핵화의 '비'자도 꺼내지 않는 북한이 비핵화 결단을 하도록 하는 압박에도, 북핵의 본토 위협 측면에서 한국과 일본에 비해 여유가 있는 미국이 핵·미사일 동결에 안주하지 않도록 독려하는 측면에서도, 향후 협상 국면이 조성됐을 때 대화의 조건과 형식을 정하는 부분에서도 한국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외교가는 과거 대북 화해·협력 정책을 편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계승하는 문재인 정부이기에 제재·압박에 '올인'했던 박근혜 정부(탄핵 이후의 과도 정부 포함)와는 다른 정책을 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것이 현재 대북 제재·압박에 방점을 찍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공조에 차질을 초래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외신 등에서 제기돼 왔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달 27일 방송기자 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북한이 핵을 동결한 뒤 폐기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 나오면 개성공단·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 대화국면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재개 자체도 어렵다"며 신중론을 편 바 있다.
더불어 같은 날 보도된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제재와 압력을 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식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중국 등 주요 당사국들이 공감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찾아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문 당선인 홈페이지의 외교안보 공약에 의하면 문 당선인은 "우리가 주도해서 북한의 '선 행동론' 대신 북한과 미국을 포함한 관련 당사국들의 동시행동을 이끌어 내겠다"면서 "'중국 역할론'에 기댈 것이 아니라 '한국 역할론'을 실천적 전략으로 삼아 정책의 새 틀을 짜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완전한 핵폐기 및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이 포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중국이 주장하는 비핵화-평화체제 협상 병행론과 일맥상통하는 주장을 폈다.
이런 공약은 북핵 문제의 최우선 당사자로서 한국이 응당 가져야할 영향력을 회복하는 측면에서 기대를 모은다. 반면 북한이 핵폐기 결단을 하고 그 결단을 행동으로 보여야 대화를 하겠다는 한미의 기존 입장과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한미 공조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와 함께 사실상 단절 상태인 남북관계의 경우 최소한의 소통로를 복원하고 북핵 관련 국제 공조의 틀을 깨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협력 사업부터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하고만 핵문제를 논의하려하는 북한의 '통미봉남'에 맞서기 위해서는 한미간 철저한 대북정책 조율과 병행해 남북간에도 최소한 물밑 접촉 채널은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당선인은 공약에서 "햇볕정책과 대북 포용정책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북한의 변화를 전략적으로 견인해 내겠다"고 남북한 경제공동체 구상을 밝혔다.
이와 관련, 개성공단·금강산 관광·남북 교역 등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에 단절된 남북 교류·협력 사업의 재개가 국내 여론이 용인하는 속도를 앞서 가거나 국제사회와의 북핵 공조와 엇박자를 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남북관계와 대북 국제공조의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 관계의 투명성 확보도 중요한 숙제가 됐다. 투명성없는 남북관계, 이미 국제적 관심 사안이 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독자 행보'는 국민의 전반적인 지지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더불어 '4강 외교' 면에서 G2(미·중)와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한편 일본, 러시아와도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관계를 발전시켜야할 상황이다.
무엇보다 안보·경제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외부 요인인 한미동맹과 한중협력을 어떻게 병행시킬 수 있을지는 새 정부 외교의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우선 미국과의 관계에서 박근혜 정부 후반기 5개월의 국정 공백기간 제기된 '코리아 패싱' 논란을 불식시키는 한편 한국이 부담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논란이 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비용 문제,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원활하게 풀어가며 한미동맹을 견고하게 유지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사드, 위안부 문제 등으로 어긋난 중국, 일본과의 관계를 복원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중국의 사드 보복을 중단시킬 방법으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정상간 신뢰관계 회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은 만큼 대 중국 특사 파견 및 정상회담 등을 조기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일 외교의 경우 위안부 합의에 반대하는 국내 여론과 한일관계를 개선할 전략적 필요성 사이에서 문 당선인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때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주장했던 문 당선인은 지난달 중순 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에서 '위안부 등 역사 문제에 대해 원칙적 대응'이라고 표현하며 정책상 운신의 폭을 넓혔지만 집권 초기에 강경한 대일 여론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더불어 안보 면에서는 비대칭 전력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설 킬체인·한국형미사일방어 체제 조기 구축이 최우선 과제로 거론된다. 뿌리깊은 방위산업 또는 무기 도입 관련 비리를 근절하고, 재점화할 수 있는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를 파열음없이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북핵 문제 해결에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고 북한이 추가 핵실험 등 전략적 도발에 나설 경우 문 당선인이 후보시절 반대한 전술핵 재배치 문제가 보수층을 중심으로 다시 불거질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대북 억지력 측면에서 어떤 대안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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