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인에 바란다] 외교안보 전문가 "신중한 단계적 접근 필요"

2017-05-10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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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 미사일 발사로 인한 대북제재 고려 '주문'
새 정부 적극적인 역할로 '코리아 패싱' 극복 제안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홍국기 기자 =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9일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에게 "미국 등과 공조를 통해 남북관계를 단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과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발사로 인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등을 두루 고려해 신중한 외교·안보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 이른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한국을 배제한 채 한반도 문제를 논의한다는 의미)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 북핵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고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서는 안 된다. 과거와 북핵·미사일 개발수준이 달라졌다. 북한은 이제 핵보유국 달성 직전 단계에 놓여있다. 안보에는 빈틈이 있어서는 안 된다. 북핵·미사일 위협을 방치한 상태에서 남북관계 개선만 추진하면 대다수 국민의 반감을 사게 될 것이다. 현재 미국이 주도적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한미 간 공조와 관계강화는 매우 중요하다. 한·미·중 3국의 북한 핵 폐기 정책을 통해 효과적으로 위협을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최우선적인 대북정책은 '통일정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북핵 문제가 협상 국면으로 들어서기 전에 남북관계 강화를 위한 모멘텀을 만들기 시작해야 한다. 협상 국면이 시작되면 이미 늦다. 협상 국면이 시작되면 북미 대화로 인해 남북관계 강화의 모멘텀을 잃게 된다. 대북 개입 정책을 통해 북한 주민들을 시장경제화시키고 의식을 변화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한반도식 '접촉을 통한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동시에 미·중 양국 사이에서 우리의 입지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아시아지역의 군사예산을 엄청난 규모로 증액시키기로 하였으며, 향후 미·중 간에는 갈등이 심해지는 동시에 협력은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외교적 고뇌가 심해질 것이다.

먼저 한미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이익에 기반해 바라보고 있으며, 따라서 정상회담 시 골프회동을 통해 인간적 유대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미관계가 이익에 기반을 둔 동맹으로 변질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미동맹에 기반을 두지 않은 한중관계 강화는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 = 'Anything but 박근혜·이명박'(박근혜·이명박 정부의 모든 정책을 뒤집는다는 의미)이 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 지난 9년을 '적폐'라고 부르며 외교·안보 정책의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미국의 새 지도자와 관계를 정립하는 과정에서 기존 정책을 다 무시하면 혼선이 올 수밖에 없다. 기간을 갖고 차근차근 상황을 충분히 파악한 뒤 외교·안보 정책 전반을 검토해도 늦지 않다. 당선되자마자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착각 아래 9년을 흔들면 너무 많은 혼선을 일시에 초래할 수 있다. 트럼프-문재인 조합이 과거 부시-김대중처럼 어색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남북관계를 너무 서둘러서는 안 된다. 노무현 정권 시절의 정상회담 경험을 살려 '내가 평양에 가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할 수도 있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간단하지가 않다. 평양은 워싱턴 이후에 가야 한다.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 모두 중요한 안건이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 미·중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 접촉을 시도할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제정세를 보면서 단계적으로 가야 한다.

외교·안보 현안이 매우 많다. 여기에 한꺼번에 손을 대면 걷잡을 수 없다. 위안부 협상, 전시작전권,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등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순서를 정해서 굉장히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지난 정권에서 수차례 국방개혁이 논의되고 수많은 국방정책이 추진되었지만, 우리 군은 제자리걸음이다. 정권이 바뀌면 새로운 이름 짓기에 급급하고, 표지만 바뀔 뿐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 국방개혁은 국방비가 부족하거나 국민이 지지하지 않아 좌절된 것이 아니다. 군 통수권자와 정치권, 특히 군 스스로 의지가 없었고, 기득권을 내려놓을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국방 운영의 문민 기반을 확대하고 민간인 국방부 장관 임명이 필요한 시기다.

시끄러운 국방은 실패한 것이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막을 수 있는 강한 군대가 목적이 아니라 국민을 안심시키고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안 보이는 안보가 진정한 국방이다. 방산비리 척결, 사드 배치 등 정책 결정 과정과 절차를 확인하는 등 자성을 통해 국민의 믿음과 신뢰를 회복하고 투명하고 정직한 국방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금까지 국방정책과 국방개혁은 군사력 건설을 통한 강군 육성, 자주국방과 병영문화개선, 군내 복지 향상같이 군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국방의 진정한 수혜자는 군대가 아니라 국민이 되어야 한다. 사회발전 속도에 부합하고 사회의 조력자 역할도 하면서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 창출을 기대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새 정부의 단기적 목표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수위를 떨어뜨리는 것, 한국의 적극적 역할을 통해 이른바 '코리아 패싱' 현상을 극복하는 것 등이 돼야 한다. 중장기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병행 추진하는 것이어야 한다.

여기서 비핵화는 당장은 북핵의 고도화 중단, 비확산을 우선으로 하고 이것들이 달성된 후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단계적 접근법이어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이 비핵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비핵 과정 역시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도록 해야 한다.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떨어뜨리기 위해 우선은 한·미·중 정부 사이에 충분한 상호 이해가 필요하다. 새 정부 출범 직후 대미 특사를 파견해 북핵 문제, 사드 문제 등에 대해 충분히 협의하고, 조기에 한미 정상회담으로 연결해야 한다. 이후 단계적으로 대중국 특사 파견 및 한중 정상회담도 해야 한다. 대북 특사 파견은 대미, 대중 특사 파견 이후 내외 상황을 고려하면서 차분히 추진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은 최소한 북한이 핵 고도화 중단 조치를 확정한 이후에 진행해야 한다.

새 정부가 남북관계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남북관계에서 이산가족 상봉, 북한 영유아 영양지원 등 인도적인 부분은 바로 추진하되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 등 근본적인 남북관계 개선 및 대화는 미국, 중국과의 공조 하에 북핵 문제가 풀려가는 과정에서 추진해야 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더욱 고도화됐고 남북관계는 개성공단 폐쇄로 전면단절의 상태에 이르렀다. 따라서 새 정부는 북핵 위협 관리, 남북관계 회복이라는 어려운 과제들에 직면해 있다.

북핵 위협의 관리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은 한미, 한중, 한일, 한러 정상회담을 조기에 개최해 미·중·일·러 국가들과의 대북정책 공조를 강화하고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고 나서 남북정상회담을 연내에 개최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발전적 계승을 대외적으로 선언해야 한다. 그와 동시에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개성공단 재가동, 이산가족 전면적 생사와 주소 확인, 금강산관광 재개 등에 대해 합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다음 단계에서는 남·북·미·중의 4자 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 동결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 등에 대해 합의를 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북핵 문제에 대응할 때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이 없었다. 새 정부는 기존의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통일외교안보정책실'로 개편하고 장관급인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막기 위한 전략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전략을 수립해 대통령을 직접 보좌하고 관련 부처 간 정책을 조정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희망에 기초해 설립한 통일준비위원회를 해체하고 가칭 '한반도평화발전위원회'를 신설해 초당적 대북정책 수립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redflag@yna.co.kr

(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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