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벌타 사건’은 지난달 초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벌어진 일이다. 톰슨은 4라운드 중반까지 3타 차 단독 선두를 달리며 우승을 눈앞에 뒀다가 전날 3라운드에서 볼을 마킹한 후 내려놓은 위치가 달라 4벌타를 소급 적용받았다. 극적인 우승은 유소연의 차지였다.
문제는 과정이었다. TV 시청자 제보를 통해 톰슨의 규칙 위반 사실이 드러났다. 이 탓에 너무 가혹한 처벌이라며 동정론이 일었다. 억울함을 호소한 톰슨의 눈물도 힘을 보탰다. 사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골프 규칙까지 개정됐다. 지난달 말 세계 골프를 관장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비디오 증거를 제한하는 골프 규칙을 발표했다.
일명 ‘렉시법’이다. 맨눈으로 식별하지 못하는 것을 디지털 방송으로 구별해 벌타 상황이 되어도 페널티를 주지 않기로 했고,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뒤 과거 플레이에 대해서도 벌타를 소급 적용하지 못하도록 바뀌었다.
톰슨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볼을 내 마음대로 옮긴 적도 없고, 고의성도 절대 없었다”고 항변하며 또 눈물을 흘렸다. 심지어 미국 선수들 사이에서는 제보자에 대한 의혹의 시선까지 보내고 있다. 규칙 위반 선수가 사과보다는 더 당당히 억울함을 호소하는 황당한 사건으로 변질되고 있다.
어불성설이다. 규칙 위반에 고의성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실수도 명백히 규칙을 어긴 것이다. 심지어 톰슨은 볼 마킹을 할 때 옆에서 하는 습관이 있다. 그 과정에서 볼의 위치가 옮겨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톰슨은 ‘볼 마킹 주의 인물’로 눈총을 받아왔다. 잘못된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언제든지 이 같은 문제 제기를 받고 또 벌타로 눈물을 흘릴 수 있다.
시청자가 심판으로 나선 이유도 곱씹어야 한다. 그 제보자가 순수한 의도의 시청자인지, 불순한 의도의 내부 관계자인지도 중요치 않다. 선수 당사자가 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거나, 스스로 자신을 심판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다. 규칙을 지켰으면 문제 삼지 않았을 일이다.
물론 시청자가 경기에 개입해 결과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이미 경기를 마친 뒤 처벌을 받는 것도 가혹한 처사라는 것에도 이견은 없다. 타이거 우즈는 “안방에서 TV를 시청하는 제보자가 심판이 될 순 없다”고 지적했고, 골프채널 기자 저스틴 레이는 “이봐, 스테판 커리. 자네는 NBA 파이널 3차전에서 자유투를 쏠 때 선을 밟았어. 그 경기는 클리블랜드가 이긴 걸로 해”라는 농담으로 부당함을 피력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본질은 철저한 규칙 준수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청자의 눈이 없더라도 양심의 눈을 속이는 행위는 ‘매너 스포츠’로 품격을 지켜온 골프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다. 규칙 개정 이후에도 선수들이 명심해야 할 불변의 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