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연합뉴스) 유형재 이종건 박영서 기자 = "민가도 다 불타고 바람 때문에 불길이 안 꺼져요…울화통이 터집니다."
강원 대관령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확산해 민가를 집어삼키면서 주민들이 망연자실했다.
6일 오후 3시 27분께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 인근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관음리 마을 등지로 번졌다.
거센 바람을 타고 뒷산으로 내려온 화마(火魔)는 순식간에 집을 집어삼켰다.
급한 대로 호스로 물을 뿌리고 바가지로 집 주변에 물을 뿌렸지만 허사였다.
강풍에 연기가 너무 심해 눈을 뜨기조차 어려워지자 주민들은 불 끄기를 포기했다.
마을에는 "성산초등학교로 긴급히 대피하라"는 고재인 관음2리 이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민들은 최소한의 생필품을 챙길 겨를도 없이 차량과 버스 등을 이용해 대피했다.
고 이장은 "연기가 너무 심해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다. 불길이 순식간에 내려와 산 밑에 있는 집들은 속수무책으로 쳐다만 보고 있었다"며 "주민들을 대피시키기에 급급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오후 10시 현재 강풍은 잦아든 상태다. 산림 당국이 큰 불길을 잡으면서 대피했던 주민들은 하나둘씩 집으로 복귀하고 있다.
그러나 불에 타 주저앉은 집들은 아직도 불길이 완전히 꺼지지 않아 주민들 속도 함께 타들어 가고 있다.
한때 연기는 강풍을 타고 이웃 마을인 성산면 위촌리는 물론 강릉 시내까지 확산했다.
연기는 물론 재까지 날리면서 가시거리가 30m도 채 되지 않을 정도였다. 창문을 닫아도 타는 냄새가 틈새로 들어왔다.
성인 남성이 서 있기 힘들 정도의 강풍까지 불자 곳곳에서 손으로 입과 코를 가리고 콜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강릉영동대 기숙사생들은 마스크를 쓴 채 강릉초교 체육관으로 대피했다.
시민들은 화마의 그림자가 시내까지 드리우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시청과 소방당국에는 "숨쉬기도 힘들다. 대피해야 하는 거냐,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의가 빗발쳤다.
오모(55·강릉시 교동) 씨는 "매캐한 냄새가 계속 집으로 들어오고, 밖에는 연기가 하늘을 뒤덮였는데 안내가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불안했다"고 말했다.
산림 당국에 따르면 강릉 산불은 현재 민가 14채를 집어삼켰다.
강릉시는 성산면 주민 2천500여 명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산불 진화에 나선 헬기가 모두 철수한 상태에서 지상 인력만으로 진화 중이어서 밤새 피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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