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10억 달러 사드 비용을 청구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종료할 수 있다고 '위협'한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트럼프 대통령의 본심이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FTA 재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고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기 위한 트럼프식 협상의 기술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이를 증명하듯 백악관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비용 청구가 방위비 증액 요구와 맞닿아 있음을 시사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드비용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동맹국들에게 안보와 관련해 더 많은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임이 틀림없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시작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더 많은 부담을 요구할 것임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앞두고 외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미 FTA의 종료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하는 한편 사드비용 10억 달러(약 1조1300억원)를 한국에 요구한 뒤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협박성 발언'을 두고 주요 외신이나 애널리스트들은 액면 그대로 믿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형적인 협상 전략으로 보고 있다. 상대방과 갈등 상황에서 일단 최악의 상황을 제시해 위기감을 높인 다음 실리를 챙기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에게 미치광이처럼 보여 공포를 유발한 뒤 양보를 이끌어 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미치광이 전략'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략은 이미 일부 효과를 얻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중국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무시하거나 45% 징벌적 과세를 부과하고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한다고 무차별적인 경고를 던졌다. 그러나 이후 북한 도발이 미국의 가장 큰 안보 위협으로 떠오르자 환율이나 무역 불균형 문제를 이용하여 중국을 통해 대북 압박을 높이는 과실을 얻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일자리를 죽이고 있다"면서 즉각 폐기를 주장하던 나프타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는 방향으로의 재협상을 앞두고 있다. 구식이며 쓸모없다고 비난하던 나토의 경우에도 지지로 돌아서는 대신 회원국들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을 GDP의 2%까지 높이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사드비용 청구와 FTA 종료 위협도 이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단맛'을 본 전략을 계속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내년 시작될 한미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및 FTA 재협상에서 미국의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 FTA 종료 등 협박성 경고를 거듭 내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방위비나 FTA 재협상이 미국의 이익은 늘리고 한국의 이익은 줄이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차기 정부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