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100일] 미국우선주의·예측불가..트럼프 외교정책의 4가지 특징

2017-04-30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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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외교·안보 문외한'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최고 강대국의 수장으로 앉은 이후 그의 말 한 마디 손짓 하나에 전 세계는 들썩거렸다. 향후 정책운영의 방향을 들여다보는 지표가 되는 지난 100일 간의 기록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에서 나타나는 뚜렷한 몇 가지 특징을 보여준다. 

◆ 미국 우선주의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대선 운동 기간부터 강조해온 미국 우선주의는 여전히 살아있다. 그는 미국에 이익이 된다면 동맹이나 적국을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 취임 후 곧바로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가장 가까운 이웃국 캐나다와 멕시코에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캐나다에는 무역 적자를 초래하는 목재 수입품에 두 자릿수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고 멕시코에는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는 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양자무역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에는 10억 달러 사드비용을 청구하는가 하면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에서 나아가 종료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 말 따로 행동 따로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극단적 약속이 모두 실현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미 그의 많은 공약은 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무산되거나 선회되고 있다. CNN은 “트럼프의 100일은 (물지 못하고) 짖기만 한 시간”이라고 묘사하면서도, 오히려 현실을 깨닫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NAFTA 폐기를 약속했지만 은근슬쩍 재협상으로 방향을 틀었다. 막대한 무역 적자를 초래하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약속에 대해서는 북한 문제에 협조하는데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있냐며 “시진핑은 좋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밖에도 미국이 세계 경찰 노릇을 그만둬야 한다던 입장에서 물러나 시리아 공군기지를 공습하는가 하면 아프가니스탄 IS 근거지에 원자폭탄에 버금가는 재래식 폭탄 GBU-43을 투하하면서 적극 개입모드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였다.

◆ '미치광이 전략' 

트럼프 대통령은 30년 전 사업가로서 쓴 '거래의 기술'에서 몇 가지 협상전략을 공개했다. 그 중 하나는 상대방과 갈등 상황에서 일단 최악의 상황을 제시해 위기감을 높인 다음 실리를 챙기는 것이다. 이 전략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폐기하겠다던 NAFTA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재협상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 대해서도 ‘하나의 중국’ 원칙 무시, 관세 폭탄, 환율 조작국 지정 등의 무시무시한 경고를 먼저 쏟아낸 뒤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을 높이는 실익을 챙겼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에게 미치광이처럼 보여 공포를 유발한 뒤 양보를 이끌어 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미치광이 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사드비용 청구와 FTA 종료 협박도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예측 불가

대통령 취임 후 첫 100일은 향후 정책 방향을 알려주는 지표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조차 방향을 모를 것이라고 지적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하는 주요 백악관 자문들 사이에서는 권력 암투가 벌어져 힘의 균형이 수시로 바뀐다. 미국의 전통적 우방과 숙적의 범위가 모호해졌고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태도도 정반대가 됐다. 시리아 정권과 북한을 두고도 전략적 인내에서 적극 개입으로 방향을 틀었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상황에 따라 실익을 챙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대처 방식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포린폴리시는 미국 행정부에 일관적인 외교 원칙이 없다는 게 문제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도 가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WP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천성을 문제 삼으면서 갑작스러운 외교·안보 위기가 터졌을 때 잘못된 대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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