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차 촛불집회에 나섰다.
광장에 녹색빛이 찾아왔다. 봄 다운 봄이 깊었다. 눈과 비맞으면서도, 생물은 자라나 제 색깔을 찾았다.
마지막 촛불집회. 1차 촛불집회가 지난해 10월 29일 열렸으니, 29일 열린 촛불집회는 시작된 지 꼭 반년, 6개월만에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1700만 명이 촛불을 들고 주말마다 이 광장을 메웠다. 무겁던 발걸음이 청와대로 헌법재판소로 재벌가 빌딩으로 향할 때만큼은 가벼워졌다. 희망과 기대, 신념의 날개가 신발에 달렸던 것이다.
촛불은 거대한 벽을 기필코 허물었다. 나라를 조롱거리로 만든 위선과 허위로 만들었던 적폐의 벽이 마침내 촛불에 허물어졌다.
촛불시민들은 이제 새로 차곡차곡 새로운 벽을 쌓는다. 서로를 보며 대화하고 이해하는 소통의 벽을 쌓는다. 너와 나를 가르지 않고, 서로를 보듬는 새로운 벽을 쌓는다.
그 벽은 우리를 내부의 적폐와 외부의 제국 침탈로부터 지킬 것이다. 촛불이 쌓아올린 새로운 벽이 새 나라를 만들 것이다.
이날 광장에는 사드배치 철회 목소리가 유난히 커졌다. 전격적인 사드 배치와 트럼프 미 대통령의 사드배치 비용 전가 억지가 촛불의 분노를 야기했다.
그동안 촛불집회에서 경북 성주에서 온 투쟁위의 목소리로 등장했던 사드배치 철회 목소리는 이젠 전국민의 목소리가 될 것이다.
22차례에 걸쳐 주말이면 어김없이 찾았던 광화문광장.
광장바닥에 새순이 돋고, 녹색잔디가 눈부시다. 이제 광화문광장의 촛불과는 이별이다. 맘속에 들어앉은 촛불은 영원할 것이다.
세상 모든 곳에 촛불이 영원했으면 하는 바람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