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노동자·퇴직자에 부담 강요"…정부 "참여 규모 적어…실패한 파업"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브라질 전국 주요 도시에서 28일(현지시간) 연금 개혁과 노동법 개정에 반대하는 총파업과 시위가 벌어졌다.
중앙단일노조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3천500만 명이 총파업과 시위에 참여했다"면서 "노동자와 퇴직자들의 권리를 빼앗고 부담을 강요하는 연금·노동 개혁에 대한 저항"이라고 주장했다.
총파업과 시위 때문에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이 사실상 마비됐으며, 각급 학교의 수업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상당수 상가가 영업을 중단했고, 거리는 차량 통행량이 많이 줄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부상자가 속출했고 수십 명이 연행됐다. 고속도로에서는 시위대가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폐타이어에 불을 지르며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차량 통행이 막혔다.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은 공식 일정을 중단한 채 브라질리아 대통령궁에 머물며 총파업·시위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았으며 각료들과 대책을 협의했다.
오스마르 세하글리우 법무장관은 "시민사회의 참여는 우려했던 것보다 적고 노조원들이 주로 파업과 시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실상 '실패한 파업'으로 규정했다.
테메르 대통령은 총파업과 시위가 끝나고 나서 연금·노동 개혁에 관한 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테메르 대통령 정부는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20년간 예산지출 규모를 실질적으로 동결하는 고강도 긴축 조치를 지난해 마련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연금·노동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정부 자료를 기준으로 기초재정수지(재정에서 국채에 대한 이자 지급 제외)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적자를 계속했다. 지난해 기초재정수지 적자 1천542억 헤알(약 55조 원)은 공식 집계가 시작된 1997년 이래 가장 컸다.
경제 침체로 세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총지출에서 고정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막대한 공공부채를 안고 있다는 구조적인 문제로 재정적자를 줄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은 재정수지 악화를 이유로 2015년 말부터 지난해 초 사이에 브라질 국가신용등급을 잇달아 정크 수준으로 강등했다.
노동계는 "연금·노동 개혁이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이루어지고 있다"며 테메르 대통령 정부와 의회가 기업의 이익에만 충실하다고 비난했다.
브라질에서 노동운동의 대부로 일컬어지는 좌파 노동자당(PT)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은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현재 추진되는 노동 개혁은 노동자들을 노예 시대로 되돌리려는 것"이라며 총파업과 시위를 지지했다.
가톨릭계도 연금·노동 개혁이 시민의 기초적인 권리를 제쳐놓은 채 시장의 요구에만 맞춰 추진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시민사회가 개혁 논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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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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