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대선 숨은 1인치] ⑧‘샤이 보수’의 욕망을 흔들어라

2017-04-2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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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JTBC-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 2017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가 25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렸다. 토론시작 전 문재인 후보와 홍준표 후보가 인사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5·9 장미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선은 시대를 꿰뚫는 창이다. 회귀투표 성격이 강한 총선과는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다. 이 때문에 역대 대선마다 체제를 뒤흔드는 시대정신이 존재했다. 해방 직후 ‘건국화’를 시작으로 1970∼80년대 ‘산업화’, 1990년대 ‘민주화’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다. 갈 길은 멀다. 퇴행적 정치도, 1%가 99%를 독점하는 경제 권력도 여전하다. 이번 대선은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지는 첫 번째 선거다. 구체제와의 결별을 선언할 새 시대 장자를 맞는 선거라는 얘기다. 이에 본지는 5·9 대선의 숨은 부분을 찾아 ‘공유·분권·자치·통일’ 등 포스트 신(新) 질서를 모색한다. <편집자 주>

“‘샤이(shy) 보수’의 욕망을 흔들어라.” 반문(반문재인) 진영에 내려진 특명이다. ‘샤이 보수’, 말 그대로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거나 응답 시 성향을 숨기는 현상이다. 통상적인 여론조사의 무응답층 가운데 상당수가 ‘샤이 보수층’이다. 은폐형 유권자로 불리는 ‘숨은 표’의 핵심인 셈이다.
장미 대선을 13일 앞둔 26일 반문 3자 단일화의 동력은 한층 떨어졌다. 안철수 국민의당·홍준표 자유한국당·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3자 단일화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비탄력적 변수로 전락했다.

판을 흔들 변수는 ‘샤이 보수’의 전략적 선택 여부다. ‘샤이 보수층’을 포함한 은폐형 부동층은 현재 안철수·홍준표·유승민 후보의 세 갈래로 갈라졌다. 대선 구도의 변화가 없다면, ‘샤이 보수’의 몰표 현상 발현 여부에 따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원사이드 게임이냐, 51대 49 게임이냐가 결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샤이층은 보수뿐 아니라 진보층에도 있는 만큼, 판을 바꿀 만한 변수는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는 현재 여론조사가 ‘진보 과표집 표본'이 아니라는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샤이 보수, 전체 유권자 10∼15% 안팎

샤이층은 종종 대선 판세를 뒤집었다. 지난 1992년 영국 총선 전 마지막 여론조사가 대표적이다.

당시 여론조사 전 열세였던 보수당은 실제 개표에서 7.6%포인트 차로 노동당을 제쳤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도 ‘샤이 트럼프’는 힐러리 대세론을 격파했다.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했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샤이 보수층’의 역습에 일격을 당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석패한 것이다.

한국 선거에서도 샤이층은 당락의 큰 변수였다. 야권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됐던 2010년 6·2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한명숙 당시 민주당 후보를 15% 이상 앞섰지만, 실제 개표 결과는 2%포인트 차에 불과했다.

당시 은폐형 유권자 중 상당수가 ‘샤이 진보층’이었던 셈이다. 숨은 표의 샤이층 분석은 당시 정치적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5·9 장미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지는 보궐선거다. 쏟아지는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무응답층의 상당수가 ‘샤이 보수’라는 분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10∼15%를 ‘샤이 보수층’으로 본다.
 

장미 대선에 휩싸인 여의도 정국. 사진은 제20대 국회.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샤이 보수, 60대 이상·TK··· 朴 지지층과 겹쳐

연령별로는 △60대 이상, 지역별로는 △대구·경북(TK), 이념성향별로는 △보수층, 정당 지지층별로는 △자유한국당 등이다. 박 전 대통령 지지층과 겹치는 셈이다.

방황하던 ‘샤이 보수층’은 애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시작으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거쳐 ‘안철수 대망론’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당 경선 직후 일부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가 ‘문재인 대세론’을 넘기도 했다.

그러나 안 후보에 대한 잇따른 의혹 검증과 ‘홍트럼프(홍준표+트럼프)'의 부상으로 보수층은 현재 ‘전략적 유보’ 상태에 처했다. 반문 진영이라는 교집합을 형성하고 있지만, 어느 쪽에도 정착하지 못한 상태다.

일각에선 송민순 회고록 논란을 비롯해 이날 경북 성주 골프장에 전격 반입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슈로 ‘샤이 보수층’이 앵그리(화난) 계층으로 부상, 대거 투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샤이 보수층’의 욕망을 흔드는 후보가 대선 막판 ‘문재인 대세론’과 1대1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판을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샤이층’의 판세 변수는 1∼2위 후보의 격차가 10%포인트 이내일 때나 성립한다는 게 정치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샤이 보수층’에 대해 “문재인 대세론을 꺾을 만한 변수는 안 될 것”이라며 “특정 후보에 대한 전략적 투표보다는 세 갈래의 길에서 흩어질 가능성이 크다. 큰 변수라기보다는 작은 변수”라고 말했다.
 

중앙일보-JTBC-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 2017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가 25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렸다. 토론시작에 앞서 안철수 후보와 유승민 후보가 악수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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