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대량 생산체제를 근간으로 하는 산업 성장전략에는 한계가 왔다. 스마트화를 통해 전통산업을 바꿔야 한다."
국내 산업계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전자를 비롯해 조선,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대다수 업종에서 중국 등 후발 주자들의 추격이 매섭다.
◆"스마트화 통해 생산성과 수익성 높여야"
이런 이유로 자동차·전자 산업 등은 고객의 요구에 맞춰 다품종 중·소량 생산을 하는 유연 생산을 강화했고, 화학·기계 등 전통 제조산업도 이를 검토하고 있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3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사실상 제조업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은 이미 중국에 따라잡힌 상태다. 결국 새로운 성장동력을 적극 모색하고 체제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신현곤 센터장은 대안으로 스마트화를 꼽았다. 그는 "중국이나 인도같이 자원도 풍부하고 시장이 큰 나라들을 현재로서는 이기기가 상당히 어렵다"면서 "전통산업을 바꾸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짚었다.
이어 "우리 산업만의 차별화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같은 스마트화를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4차 산업혁명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 기술을 적용해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신 센터장은 세상이 바뀌어 가는 만큼, 홍보전략이나 가격 등도 이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통산업에서는 좋은 물건을 만들어 신문을 통해 홍보하면 됐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모든 게 이뤄지는 '찾아보는 시대'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신 센터장은 국내 산업의 방향성을 인터넷과 스마트화를 접목한 '플랫폼'으로 제시했다.
그는 "하나하나 큰돈을 들여 투자하지 않고도 아이디어 하나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대표적인 플랫폼 비즈니스 기업인 애플이나 구글, 아마존 등은 필요할 경우 아웃소싱을 통해 서비스를 창출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만 유일하게 이 비즈니스를 잘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은 이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스라엘식 창조생태계 구축해야"
우리나라는 정부의 수출주도형 경제개발 정책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고도성장을 지속하며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단순히 내수시장을 위한 산업정책을 펼쳤다면 지금과 같은 경제규모를 못 갖췄을 공산이 크다. 앞으로도 산업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하는 경영 의지가 강하게 요구되는 이유다.
신 센터장은 "회사를 성장시키고 신사업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있는 자산을 잘 활용하고 아이디어를 통해 무에서 유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벤처 문화가 발달돼 있는 이스라엘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 센터장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약 50%가 대기업과 연관돼 있을 만큼 독자적으로 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대기업에서는 외주화해 원가절감하는 것이 낫기 때문에 생태계가 건강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차세대 이동수단인 하이퍼루프 등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다"며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이노베이션(혁신) 생태계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중소벤처 기업과 같은 창조형 기업 체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스라엘 같은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흐르는 산업 클러스터(산업집적단지)를 갖추고, 이곳이 잘 작동·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가 관리하고 지원해야 한다"면서 "실패해도 도전할 수 있도록 '실패의 자산화'라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정부가 지금까지 주도적으로 많은 지원을 해왔지만, 기업 활력이 물흐르듯이 흐르는 사회를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며 "정부와 기업이 서로 지원하고 뉴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들어야 우리 산업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