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허정협(27)은 작년까지만 해도 퓨처스리그(2군)에서만 많은 홈런을 때리는 타자에게 붙는 수식어인 '화성 본즈(화성구장의 배리 본즈)'라는 별명과 함께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를 누구도 그렇게 부를 수 없다. 1군에서도 시원한 홈런포를 연일 터트리며 강력한 신인상 후보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허정협의 시즌 6호 홈런이 터진 25일 고척 두산 베어스전은 그의 힘을 엿볼 수 있는 경기였다.
허정협은 1회말 무사 만루에서 무게 중심이 무너진 채로 힘껏 공을 퍼 올려 외야까지 타구를 보내며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올리더니, 5회말에는 1사 1, 3루에서 김성배의 시속 124㎞ 슬라이더 초구를 때려 왼쪽 담을 훌쩍 넘겼다.
김성배의 슬라이더는 스트라이크존에서 살짝 아래로 떨어졌고, 이미 타격 동작을 시작했던 허정협은 스윙 궤도를 급히 바꿔 퍼 올리며 홈런으로 연결했다.
21일 고척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데뷔 첫 2홈런으로 날아오른 허정협은 23일 롯데전에 이어 이날까지 2경기 연속 홈런포로 물오른 타격감을 뽐냈다.
허정협이 4타점을 쓸어담은 넥센은 두산을 13-9로 꺾고 2연승으로 상위권 재진입 발판을 마련했다.
4타수 1안타 4타점을 올린 허정협은 팀에서 5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 중 타율 3위(0.340), 홈런 1위(6개), 타점 1위(17점)를 달리고 있다.
작년까지 1군에서 통산 17경기에 출전해 홈런 없이 1타점에 그쳤던 선수가 올해는 팀 중심타선을 이끄는 셈이다.
허정협의 3할이 넘는 고타율은 장타가 더해진 결과라 더욱 뜻깊다.
올해 그가 때린 18개의 안타 중 장타가 10개(2루타 4개, 홈런 6개)다.
덕분에 장타율은 0.755까지 치솟았고, OPS(출루율+장타율)도 1.174로 팀 내 1위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팀 후배 이정후(타율 0.301, 2홈런, 9득점, 18득점)가 신인상 1순위로 꼽혔지만, 이제는 허정협 역시 후보로 거론되기에 손색없는 성적이다.
경기 후 허정협은 "실투가 들어와 조금은 운이 좋게 넘어갔다. 앞에서 잘 맞았다. 자세가 흐트러졌지만, 중심이 남아 있었다"며 홈런 상황을 설명하고는 수줍게 고개 숙였다.
'만년 유망주'에서 이제는 실력을 입증하는 데 성공한 그는 "올 시즌 들어가기 전 준비를 잘했고, 기회가 오면 잘하겠다는 마음은 있었다. 기회를 놓치기 싫어 타석에서 더 절실하게 했다"고 절박한 마음을 활약의 비결로 꼽았다.
허정협의 매력은 시원한 장타다.
이날 3점 홈런 역시 무게 중심이 무너진 상황에서 힘으로만 담을 넘겼다.
그는 "힘이 좋다는 느낌은 개인적으로 잘 안 든다"면서도 "배팅훈련 할 때는 멀리 치는 것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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