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진희 기자 = 삼성전자와 미국의 팹리스업체(반도체 설계) 퀄컴 사이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외견상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물밑에선 법적 소송을 진행 중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차세대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9'에 탑재할 모바일 AP를 두고 퀄컴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갤럭시S9'에 퀄컴의 차세대 모바일 AP(스냅드래곤845)가 장착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같은 양사의 협력 관계는 지난 2014년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삼성전자는 대형 고객사였던 애플이 모바일 AP의 공급처로 경쟁사를 선택하면서 큰 손실이 예고됐다. 그러나 모바일 AP 시장 절반을 차지하고 있던 퀄컴이 수탁생산을 삼성전자에 맡기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이후에도 퀄컴은 자사의 가장 최신작인 스냅드래곤835까지 삼성전자가 생산하도록 했다.
퀄컴의 입장에서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삼성전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15년 14나노미터(1㎚는 10억분의1m)의 공정으로 반도체 양산에 성공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10나노미터까지 미세공정을 강화했다. 이는 모두 업계 최초로 달성한 것이다.
이처럼 두 회사 간 협력관계가 지속되는 사이 불만도 쌓여갔다. 삼성전자가 ‘특허족쇄’로 인해 퀄컴에 20년 넘게 천문학적인 액수를 로열티로 지불한 것이다.
이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말 스마트폰 가격의 5%에 달하는 일명 '퀄컴세'에 대해 1조300억원의 과징금과 함께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반발한 퀄컴은 불복 소송에 나섰으며, 그동안 로열티 횡포에 불만이 있던 삼성전자와 애플 등은 '반(反) 퀄컴' 전선을 구축하고 나섰다.
차세대 먹거리를 두고도 대혈투가 예상된다. 2014년부터 자동차용 AP 개발에 들어간 퀄컴은 올해부터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최근 자체 개발한 AP 신제품에 자율주행기술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을 탑재하며 자동차용 시스템반도체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간 스마트폰 부문에서의 상생 추구는 서로에게 득이 되기 때문에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자율주행차 등 미래시장에서 필연적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