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지난 19일 진행된 2차 대선후보 TV토론이 출렁이는 대선 판세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사상 처음으로 원고와 각본 없이 '스탠딩 토론'으로 진행된 이날 KBS TV토론의 시청률은 26.4%, 시청점유율 역시 43%에 달했다. 해당 시간 TV를 켠 시청자의 절반 가까이가 토론을 지켜봤다는 의미다.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 유권자들이 TV토론을 통해 최종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지지율 반등을 노리는 각당 후보들은 남은 TV토론 준비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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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 17일 YTN이 엠브레인에 의뢰한 여론조사(대상 1000명·응답률 15.3%·표본오차 ±3.1%)에 따르면 ‘지지 후보를 변경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10명 중 3명가량인 28.1%가 ‘변경 가능하다’고 답했고, 바꿀 수 있는 이유로 ‘TV토론을 보고 결정하겠다’가 46.3%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 14일 한국갤럽의 정례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상황에 따라 지지후보를 바꿀 수도 있다’는 응답이 36%에 달했다.
이를 방증하듯 지난 1차 토론 때 좋은 평가를 받은 심상정·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이 지난주 소폭 상승했다.
이날 밤 2차 TV토론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다른 후보들의 추궁과 질문이 집중되면서 흡사 '문재인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문 후보는 이번 스탠딩 토론을 통해 준비된 후보라는 안정감으로 대세를 굳히겠다는 전략이었지만, 4명 후보들에게 집중 난타를 당하자 지나치게 신중한 자세로 일관하면서 개혁 비전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차토론 때 다소 경직되고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준 안 후보는 이번 2차토론에서는 여유로운 자세로 ‘준비를 많이 했다’는 인상을 주면서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그 역시 구체적으로 자신의 정책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데는 부족했다.
정치전문가들은 "지난 1차토론 때는 안 후보가 부진했다면 이번 2차토론은 문 후보가 부진했다"는 평을 내놨다.
한 전문가는 "안 후보가 이번 토론이 고비였는데 안정감을 찾은 것 같다"면서 "지난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심 후보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고 밝혔다. 다만, 심 후보가 선명성을 내세우며 '문재인 때리기'에 주력하자, 범진보진영 유권자들의 거센 비판에 시달리고 있어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번 토론은 수준 이하의 질문이 많고 토론 진행 방식이 깊이 있는 정책 검증을 끌어내지 못해 '정치 피로감'만 더했다는 부정적 평가가 지배적이다.
게다가 새롭게 선보인 총량제 토론(후보에게 9분씩 토론시간을 배정해 토론하게 하는 방식)에 대한 문제점도 노출됐다. 이런 방식의 스탠딩 토론은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토론처럼 둘이 할 때 의미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는 23·28일, 5월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지상파 3사가 주관하는 TV토론이 막판 판세를 가름할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