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금융투자업계·법조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을 비롯한 10여개 기관투자자는 이달 14일 대우조선을 상대로 회사채 관련 첫 손배소를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소송가액은 기관별로 2억~5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소가를 적게 잡았다가, 승소 가능성을 따져가면서 액수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소가가 크면 소송비용도 비례해 늘어나기 때문이다.
즉, 소가는 수천억원대로 불어날 수 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가 보유한 대우조선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은 1조5500억원 규모다. 정부 측 채무조정안이 원안대로 통과하면 50%를 출자전환하게 돼 그만큼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이번 소송을 면피성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채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이면, 출자전환하는 회사채 50%에 대한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어서다.
온 국민이 노후를 맡긴 국민연금 자금이 분식회계로 망가진 대기업을 살리는 데 쓰인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업무상 배임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국민연금은 2012∼2015년 발행된 대우조선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다. 대우조선이 분식회계를 저지른 2008~2016년과 시기적으로 겹친다. 영업정지를 당한 딜로이트안진이 대우조선 외부감사를 맡았던 기간(2010∼2015년)과도 맞물린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는 대우조선뿐 아니라 딜로이트안진에도 손배소를 제기할 수 있다. 회계법인을 상대로 한 소가도 현재로서는 얼마까지 불어날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대우조선 채무조정안과 소송 제기는 별개 문제"라고 밝혔다.
이미 국민연금은 2016년 7월 대우조선 분식회계로 입은 주식 투자손실 489억원을 물어내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가 투자 주식 때문에 대우조선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규모는 같은해 9월 말 기준 약 1416억원에 이른다.
국민연금은 전날 투자위원회를 열어 보유 회사채 가운데 5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에 대해서는 만기를 연장해주는 채무재조정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대우조선 측은 이번 소송을 예상해 왔으며, 법적 대응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