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5년 만에 순이익 '2조 클럽'에 재진입한 KB금융지주가 업계 1위의 신한금융지주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특히 올해 1월에는 주가가 4만6300원을 돌파하며 은행주 1위를 탈환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돋보인다. 신한과의 1분기 실적 격차도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대추격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은 여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1분기 실적 발표에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물론, 연말에 불거질 연임 이슈까지 꽉 찬 한 해를 보낸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인터넷전문은행 대응 전략도 관전 포인트다.
◆ 동남아·미국 등 광폭 행보 "미래 전략 다지기"
윤 회장은 연초부터 동남아시아 4개국(베트남·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을 방문한 데 이어 미국 실리콘밸리까지 강행군을 했다. 그는 "동남아는 우리가 노력하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열리는 새로운 시장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향후 글로벌 소비자금융 진출의 선봉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출범한 KB코라오리싱(라오스)과 KB마이크로파이낸스(미얀마), 뚤뚬붕지점(캄보디아)을 은행과 그룹의 현지 거점으로 꼽았다.
특히 캄보디아에 진출한 글로벌디지털뱅크 모델인 리브 KB 캄보디아(Liiv KB Cambodia)의 기능을 고도화하고, 해당 모델을 인접 동남아 국가로 확대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 진입할 기회도 지속적으로 모색한다.
실제로 윤 회장은 "동남아 지역의 금융시장 개방 확대에 대비하고 홍콩과 런던, 뉴욕 등 핵심 글로벌 네트워크를 해외 기업투자금융(CIB) 업무 확대의 거점으로 성장시키겠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면서 실리콘밸리에 너무 늦게 방문한 것 아니냐는 업계 여담에는 "더 빨리 갈 수도 있었지만 디지털 혁신에 대해 먼저 연구·고민해야 그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동안은 미래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고, 전문가들을 만나거나 내부 토의를 진행하는 등 미래 투자방향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왔다고 설명했다.
현재 KB금융은 은행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이 차세대 IT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같은 행보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과도 관련이 깊다. 카카오뱅크에 주주로 참여해 배우고, KB금융만의 경쟁력을 키워 더욱 성장하겠다는 각오다. 현재 KB국민은행이 카카오뱅크의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편리함'과 '신뢰'라는 두 가지 핵심요소를 갖추려고 한다"며 "어떠한 최신 기술도 고객의 편리한 금융생활을 돕지 못한다면 가치가 없다"는 철저한 고객중심의 철학을 내세우기도 했다.
◆ "경영전략 'C·O·D·E' 성실히 수행"
윤 회장은 다만 실적이나 연임과 같은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업계는 올해 KB금융지주가 1위 자리를 수년간 지키고 있는 신한금융지주를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연임과 관련해도 오는 11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벌써부터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묵묵히 경영전략을 추진하겠다는 게 그의 다짐이다. KB금융은 올해 경영전략을 고객(Customer), 시너지(One Firm), 디지털(Digital), 체질개선(Evolution & dynamic) 등 네 가지로 압축했다. 저성장과 불확실성 확대, 디지털 등 급속한 금융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1위 금융그룹이 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윤 회장은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상품·서비스를 바탕으로 최적의 금융솔루션을 제공해 '국민의 평생 금융파트너'가 되는 큰 꿈을 꾸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KB금융 임직원이 하나가 된 마음으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모바일 기반 핀테크 업체의 금융산업 침투 등 어려운 경쟁환경 속에서도 디지털 혁신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하겠다"며 관심을 부탁했다.
KB금융은 지난해 현대증권을 새 식구로 맞이한 데 이어 최근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두 회사의 상장폐지 후 공개매수를 추진, 포괄적 주식교환을 하는 방식이다.
궁극적으로 은행과 증권, 카드, 보험 등 업권별 선도 계열사를 보유한 종합금융그룹 체제로서의 밑그림은 어느 정도 완성됐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윤 회장은 "'One Firm, One KB'를 지향하며 고객들이 KB금융의 어느 계열사와 거래하더라도 원스톱 종합금융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