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6일 "(국민연금 선택이) 긍정적으로 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여의도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 노후를 담당하는 자금 관리자로서 국민연금의 요구가 무리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국민연금과 4번에 걸친 대면 및 십여 차례의 논의를 거치면서, 요구하는 여러 조건을 반영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했다"며 "모든 이해관계자간 공평한 손실 분담이라는 원칙을 근간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투자자들의 우려를 줄이기 위한 4가지 조건을 국민연금에 전달하고,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각 조건은 잔여채권의 각 상환기일 전월 말에 회사채 및 CP 투자자가 지정한 별도 계좌에 돈을 예치하고, 사채권자집회 등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는 즉시 회사채 및 CP 투자자들의 청산가치(6.6%)에 해당하는 금액을 대우조선 별도 계좌에 입금해 담보로 제공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다.
산은과 수은이 지원 예정인 자금의 기한을 잔여채권 상환기일까지 유지하고, 내년부터 매년 대우조선 정상화 가능성과 전망을 상세히 조사해 상환 유예기간을 단축, 분할상환 원금을 조정하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반면 국민연금이 꾸준히 요구해온 회사채 만기 연장분의 상환 지급보증에 대해서는 "산은법이나 수은법 등 제도적인 장치가 걸림돌이 돼 수용할 수 없다"고 재확인했다.
그는 "산은과 수은 등 채권은행이 우리니라 국민 경제를 위해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 추진에 합의했고, 대우조선 노조는 추가 자구노력에 동의했다"며 "승패의 요소는 회사채 및 CP 투자자들의 선택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결정시 실익을 따져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국민연금은 당초 전날까지 투자위원회를 열고 대우조선 채무조정 동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었지만, 내부적으로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이 회장은 "오후 4시에 P플랜 실행위원회가 열릴 예정인데 그 전까지는 매듭이 지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많은 공감대가 오고 갔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믿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중 국민연금이 반대 의사를 표하면 바로 P플랜을 가동하게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5회차에 걸쳐 진행되는 사채권자집회의 경우 한 회차라도 부결되면 전 회차가 부결된 것과 같기 때문이다.
정용석 산은 부행장은 "국민연금이 동의했다고 모든 회차가 가결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국민연금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사채권자집회 안건은 3주 전에 공고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에 국민연금이 부동의할 경우 추가 설득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P플랜 시 정상적인 지급변제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상거래채권의 연쇄 도산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