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 임대근 ACCI 대표 “대중과 소통하는 문화콘텐츠 민간연구소로 키울 것”

2017-04-1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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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 차이나’ 전략 강조…“대만, 한·중 관계 지렛대 역할 기대”

“한한령, 어차피 예견된 일…한국인도 어깨 힘 빼고 현실 직시해야”

임대근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 대표가 아주차이나와의 인터뷰에서 "점으로 연결된 ACCI의 로고처럼 아시아와 아시아 바깥의 점을 잇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차이나 김봉철 기자 = 임대근(47)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요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외대(중국어통번역과)와 대학원(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대만연구센터장, 홍보실장직을 수행하는 것도 버겁다면서 최근 ‘일’을 하나 벌렸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지난달 연구소를 하나 차렸다. 사단법인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ACCI·Asia Cultural Creativity Institute)가 그것이다. 임 교수는 본인이 직접 법인설립 서류까지 챙기며 동분서주했고, 대표를 맡아 연구소 운영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아주차이나는 10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연구소 사무실에서 임 대표를 만나 중국 당국의 ‘한한령(限韓令)’에 직격탄을 맞은 한국 대중문화와 앞으로의 한·중 문화교류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임 대표는 미국 인명정보기관(ABI),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와 함께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즈 후즈 후 인 더 월드(Marquis Who's Who in the world)’ 2015년판에 등재됐을 정도로 중국 영화를 비롯해 아시아 대중문화연구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임 대표는 먼저 연구소 설립 배경을 묻는 질문에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두고 ‘웃픈(웃기고도 슬픈) 현실’이라고 표현했다.

“기존 한국 사회에서의 부정부패는 제조업 분야에서 일어났는데 이번에는 문화·체육 분야였습니다. 결국 돈이 되는 건 문화이고, 역설적으로 문화의 시대가 왔다는 것을 보여준 웃픈 현실이 아닐까요.”

임 대표는 “교수 생활이 10년을 넘어서면서 개인적인 동기부여도 필요했고, 대학사회가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학교 밖’에서의 역할을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 문화콘텐츠는 산업, 정책적인 필요성 때문에 생겨나게 된 신생학문”이라며 “문화는 인문이나 정신적인 측면을, 콘텐츠는 기술 같은 외형적인 측면을 말하는 것으로 둘 중 하나 없으면 성립하기 어려운 상호 의존적 개념”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점으로 연결된 ACCI의 로고처럼 아시아와 아시아 바깥의 점을 잇는 역할을 하고 싶다”면서 “이어져 있지 않는 미지의 세계를 문화콘텐츠로 연결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그는 각종 컨퍼런스 조직과 연구보고서 등을 통한 적극적인 정책 제안, 대중들과의 직접 소통 등 연구소 역점 사업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임 대표는 “크게 보면 ‘커뮤니케이션 브릿지’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고 부연했다.

임 대표는 “문화콘텐츠는 산업적으로는 최후의 산업이고 우리 삶의 영역 중 하나”라면서 “산업계와 정부, 학계와 대중을 활발하게 연결하는 민간연구소로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그는 한·중 관계와 관련된 각종 현안에 대해서는 중국 역시 잃은 것이 많다고 주장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따른 한한령 역시 “어차피 올 것이 온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영화 상영 금지 등 각종 중국의 문화 제재 조치에 있어 사드는 구실에 불과합니다. 자국문화에 대한 자존심이 강한 중국은 그 전부터 계속 한류를 내몰고 싶어 했습니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대안을 준비해야 됩니다.”

임 대표는 “한류가 인기를 끌게 된 배경에는 1990년대 중반에 일본 대중문화를 제한하는 ‘한일령’(限日令)의 빈틈을 꿰차고 들어간 면이 있다”면서 “중국은 한류의 다음을 자국 문화콘텐츠로 채우려고 계획 중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의 의도가 그렇기 때문에 사드 국내 배치 결정이 철회될 가능성도 희박하지만, 철수한다고 해도 이미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어 “중국도 한한령으로 시작된 각종 보복 조치로 인해 대외 신뢰도에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면서 “어느 나라도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대표는 앞으로 ‘트랜스 차이나’ 전략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너무 중국 일변도로 몰아갔다”면서 “이제는 홍콩, 대만과 싱가포르 등 동남아 화교국가까지 종축 구조로 넓게 보자는 것이 트랜스 차이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그런 측면에서 대만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대만은 자본주의, 반공문화. 미국과 일본 문화 흡수한 경험 등 한국과 유사한 경험들이 더 많다. 대만을 지렛대로 삼아 중국에 접근하는 것도 한한령을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중국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13~14억의 거대한 중국은 단일시장이 아닙니다. 중국의 대체시장을 찾으면서도 분화된 중국 시장 공략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됩니다. 1, 2선 도시가 어렵다면 3, 4선 도시를 노리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임 대표는 한류 문제와 관련, “한국인들은 한류를 너무 민족적 자긍심으로 환원하려는 본능이 있다”면서 “어깨의 힘과 색깔을 빼고 현실적으로 직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외국인들에게 한류는 한국이 좋아서 보는 게 아닐 수도 있다. 단순하게 맛있고 편리해서 먹는 것이지,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으면서 미국의 이데올로기를 생각하는 사람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류가 성공했다고 하는데 정작 돈을 번 곳은 현지 기획사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현지에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한류가 이용되면서 콘텐츠의 업그레이드에 비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었다고 봅니다. 한류를 두고 ‘빚 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입니다.”

임 대표는 ‘포스트 한류’에 대해서는 원론적이지만 콘텐츠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동안 우수한 기술과 고급인력을 바탕으로 부족한 자본을 중국에 기댔지만, 따라잡히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콘텐츠 자체의 질적 성장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한국과 중국은 큰 틀에서는 공존해야 되는 관계”라면서 “모든 분야에 걸쳐 서로에 대한 이해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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