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고에 시달리는 저축은행

2017-04-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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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규제 속 중금리로 무장한 인터넷은행 등장

아주경제 임애신 기자 = 17년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저축은행업들은 지난해 축배를 들었다. 대출 증가와 건전성 개선 덕분이다. 하지만 호시절은 길지 못했다. 올해는 정부규제와 인터넷은행 등장으로 인한 경쟁심화로 이중고에 빠졌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 감독대상 금융기관의 1분기 가계대출 증가액 12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의 77%에 그쳤다.

이에 반해 2금융권의 가계대출 규모는 요지부동이다. 6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와 동일하다. 올해 1월 2조1000억원에서 2월 3조2000억원으로 늘었다가 3월에는 1조5000원으로 줄었다.

3월 들어 가계부채 증가액이 줄어든 것은 금융당국의 제2금융권에 대한 가계부채 관리 효과다. 당국은 지난 2월 13일과 16일 양일에 걸쳐 상위 15개 저축은행 은행장을 소집, 올해 가계부채 증가폭을 전년 대비 한 자릿수로 조절하라고 권고했다. 지난달 16일에는 또 한 차례 저축은행 CEO들을 소집해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금융업권 관계자는 "은행에서의 대출이 어려워지면 자연스럽게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2금융으로 대출이 몰릴 수밖에 없는데 당국이 시장 시스템은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찍어내리기를 하고 있다"며 "벌써부터 올해 수익성 악화가 염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 대출자산에서 기업대출(55.6%) 다음으로 가계대출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가계 대출금은 지난해 18조7640억으로 전체 대출금의 43.1%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자 당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돌입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끊이지 않자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가계부채 상황점검회의'에서 진화에 나섰다. 진 원장은 "감독당국이 총량 규제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금융회사 자체 가계대출 관리계획에 대해 리스크 관리 및 건전성 감독 차원에서 그 이행실태를 살펴보는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당국의 제2금융권에 대한 리스크 관리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4월 이후 계절적 요인 등으로 분양물량이 증가하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당국은 고금리 대출에 대한 칼도 빼들었다. 지난달 20일 금융위는 올 7월부터 연 20% 이상 고금리 대출의 추가 충당금을 쌓도록 하는 '2금융권 건전성 관리 강화 방안'을 내놨다. 고금리 신용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저축은행은 발에 불동이 떨어졌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저축은행의 개인 신용대출잔액 4조원 가운데 연 20% 이상 고금리대출은 2조9000억원으로 전체의 72%에 달한다.  
 

케이뱅크 브랜드 철학 [사진= 케이뱅크 제공]

최근 등장한 인터넷은행도 저축은행에겐 부담이다. 실제로 지난 3일 영업을 시작한 케이뱅크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초기 200억원 규모로 출시한 정기예금 2.0% 금리 상품이 3일만에 완판됐다. 반응이 좋자 케이뱅크는 바로 동일 한도로 2회차분을 출시했다.

대출의 경우 신용등급 7등급 이상의 고객을 대상으로 4.16~8.96%의 중금리 신용대출을 핵심 상품으로 구축했다.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4.65%)와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금리(10% 이상) 중간 수준이다. 때문에 인터넷은행이 저축은행의 대출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는 6월 영업을 시작하는 2호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 역시 케이뱅크과 마찬가지로 중금리대출 상품을 주력으로 내세울 것을 예고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터넷은행은 장기적으로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한 제2금융권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조달뿐 아니라 대출 측면에서도 목표하는 고객군이 일치하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 이후 업계의 이미지를 바꾸고 건정성을 높이는 작업을 해서 작년에서야 겨우 이렇다 할 성과를 냈다"며 "올해 당장 개인 신용대출은 줄이는 대신 충당금 적립은 확대해야 하는 데다 인터넷은행까지 등장해서 한 없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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