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LG전자가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전장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VC사업본부에 5000억원 이상의 시설투자를 단행하고, 관련 인력도 대폭 늘렸다.
5일 LG전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VC(자동차전장)사업부에 5440억원의 시설투자를 단행한다. 지난해 3303억원보다 무려 64.6% 늘어난 수치다.
백색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5765억원)에 투자하는 돈과 맞먹는 수준이다.
VC사업본부는 지난해 2조77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1조8324억원) 대비 51% 증가했지만 LG전자 전체 매출액(55조3670억원)에서 따져보면 아직 5%에 불과하다. 이 기간 영업손실액은 632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LG전자가 대규모 투자 계획을 세운 것은 전장 사업의 성장성을 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장사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9%에 이른다. 2025년에는 1029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LG전자는 현재 텔레매틱스와 AV/AVN(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 등 인포테인먼트 제품을 중심으로 전장부품, 전기차용 부품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VC사업본부 인력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VC사업본부 직원수는 지난해 말 4607명으로 전년 대비 36.5%(1232명) 증가했다. 전장 관련 전문 인력도 수시로 채용하고 있다.
지난해 LG전자에 돈을 가장 많이 벌어다 준 H&A사업본부 직원수가 4.3% 증가하는 데 그친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숫자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는 사업 초기이기 때문에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를 하는 것이다"며 "B2B(기업 간 거래)사업인 만큼 매출 목표를 정확히 밝힐 수 없지만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LG전자가 부품을 공급하는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볼트' 판매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관련 부품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 또 중국·독일·북미 완성차 업체 수주도 끊이지 않고 있다.
수주가 이어지면서 LG VC사업본부의 공장 가동률은 108.2%를 기록했다. 이는 LG전자 전 사업본부 중 최고치다.
증권가에서도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말 VC 부문 수주잔고는 약 30조원에 이르고 2020년까지 매출이 연평균 32% 성장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전기차 부품 등 출하량을 계속 확대해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