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3일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공판에서 정 전 비서관은 증인으로 나와 증언했다.
정 전 비서관은 "18대 대선 준비과정에서 당시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말씀자료를 최씨에게 보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연설문과 말씀자료 등에 대해 최씨 의견을 들어보라고 지시한 적이 있었나'라는 검찰 신문에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연설문 등 작성에 있어 단어 하나까지 직접 수정하시다 보니 국정운영에 힘들어하신 부분이 많았다"면서 "문서의 완성도를 위해 최씨의 조언을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전 비서관이 당시 최씨에게 넘긴 자료를 보면 연설문을 비롯해 대통령 해외순방 일정표,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관련 문건 등 기밀문서 47건에 달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각종 문서 수정 요구에 최씨가 힘들어했다"면서 "최씨가 문서를 안 보냈으면 한다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미르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나 사무총장 등 이력서를 받아 대통령에 전달한 사실이 있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답변을 피했다.
아울러 정 전 비서관은 최씨로부터 현대자동차에 흡착제 납품을 희망한다는 내용으로 KD코퍼레이션에서 작성한 소개서를 받은 사실에 대해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최씨가 대우조선해양에도 납품하고 싶다는 소개서를 작성했고, 이 소개서를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부분도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KD코퍼레이션이 기술이 좋은 회사라고 최씨로부터 들은 적이 있냐는 질문엔 "네덜란드 로얄더치쉘에 납품하는 기술력 뛰어난 회사로, 해외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도와달라고 요청받았다"고 답했다.
한편 정 전 비서관은 앞서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주요 국정 문건을 최씨에게 건넨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1998년부터 박 전 대통령을 보좌해 왔으며, 당시 정윤회 비서실장 부인으로 최씨를 처음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