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동남권 산업 벨트’... 부ㆍ울ㆍ경 청장년층 일자리 찾아 타 지역으로

2017-03-2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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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채열·정하균·박신혜 기자 = 부산·울산·경남 등 ‘동남권 경제 산업 벨트’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조선·해운업이 동시에 구조조정에 들어간 데다 자동차 수출도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생산과 일자리가 줄자 소비와 건설 투자까지 꽁꽁 얼어붙고 있다.

구조조정의 한파 속, 불과 1년 만에 3만1000여명의 조선업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올해 말까지는 최대 6만3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조선·해운·자동차산업의 발달로 동남권 경제산업벨트를 구축, 1960년대 이후 우리 경제 전반의 눈부신 성장을 이끌어 온 화려한 수식은 옛말이 돼가고 있다.

◆ 구조조정 한파··· 하청업체 폐업도 속출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울산의 소매판매는 백화점 판매가 크게 줄어들면서 한 해 전보다 0.6% 감소했다. 전국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한 해 전보다 소매판매가 줄어든 곳은 울산이 유일했다.

울산의 대표 기업인 현대중공업이 나빠진 업황 탓에 직원들을 무더기로 내보낸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해운 경기를 많이 타는 부산에선 생산 활동이 크게 부진했다.

지난해 부산의 광공업생산은 한 해 전보다 6.1% 감소했다. 1.0% 증가한 전국 평균에 크게 못 미친 것이며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세종(-6.4%) 다음으로 가장 큰 감소폭이다. 

구조조정의 한파는 정규직, 비정규직 가릴 것 없이 미치고 있다. 경영난 악화로 폐업하는 하청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때 직원들이 줄줄이 대기하며 입주 순번을 기다리던 한 대형 조선소의 사원 아파트는 텅텅 빈 유령 아파트로 변해가고 있다. 한때 8000여명이 일한 경남 창원의 한 조선소의 사원 아파트는 일거리가 없어 한 명 두 명 떠나다 보니 빈 집만 늘었다. 입주해 있는 가구수는 전체의 10% 정도다.

전체 조선 산업의 허리를 지탱해온 중소 조선사들이 겪는 어려움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한때 25곳에 달했던 중소 조선사는 대다수가 이미 문을 닫았다.  중소조선소가 무너지면서, 각 조선소들과 연결된 설계업체나 기자재 업체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지고 있다. 조선업의 생태계 자체가 무너진다는 것은 결국 지역 공동체마저 붕괴한다는 신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산과 울산, 거제와 통영 등 동남권 경제벨트 전체가 한국판 ‘러스트벨트(미국 중서부, 북동부의 제조업 쇠락지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경고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을 중심으로 중공업 경기가 침체해 동남권의 경기가 좋지 않았다"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뚜렷해진 고용 시장 악화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파격 대우받고 해외로 해외로··· 정부 지원 절실 

조선 경기 불황과 구조조정으로 업계가 존폐 위기를 겪는 와중에, 조선소 인력들이 눈길을 돌린 곳은 해외 조선소다. 세계 최고의 한국 조선 기술을 노린 경쟁국 업체들이, 파격적인 대우를 제시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함으로 자신들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을 붙잡을 수는 없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 등으로 핵심인력과 기술이 유출될 우려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생각해 볼 일이다.

실제로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20, 30대가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동남지방통계청의 2016년 부산, 울산, 경남지역의 인구통계에 따르면 부산은 총 전입이 45만9015명, 총 전출은 48만407명으로 순유출 인구가 2만1392명으로 전년 대비 7832명이 늘었다.

부산지역의 순유출 인구 중 20대가 5851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중 남자가 3567명, 여자가 2284명으로 조사됐다. 20대 청년층이 직장이나 학교 등을 위해 부산을 떠나는 것으로 관측된다.

박윤영 동남통계청 지역통계과장은 "20~30대가 인구 이동이 가장 많은 연령대이지만, 최근 동남권 벨트라고 할 수 있는 조선, 해양 관련 산업들이 위기를 맞으면서, 구조조정 등 고용창출 능력이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불안을 느낀 청·장년층이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순유출이 많은 것 같다"고 순유출 이유를 설명했다.

부산을 떠난 인구 중에 전출 1순위 지역이 경남이다. 그보다 심각한 것은 순유출이 전 연령층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순유출 인구 2만1392명 중 남자가 1만1737명, 여자가 9655명으로 집계됐다.

총 전입률 13.2%로, 총 전출률 13.9%로 전년 대비 각각 1.4%, 1.1%씩 감소했다. 부산의 16개 구·군 중 순유입이 가장 많은 지역은 강서구, 기장구 순이며, 순유출은 부산진구, 사상구, 남구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타 시·도에서 부산 구·군별로 전입은 해운대구가 1만4737명으로 가장 많고, 부산진구는 1만3051명, 북구 9774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울산도 비슷한 실정이다.  울산도 총 전입은 14만8190명, 총 전출은 15만5812명으로 7622명이 울산을 떠났다. 부산과 마찬가지로 20대가 2537명으로 가장 많이 이동했다.

울산의 전출인구는 30대(3만4991명)가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20대(3만3689명), 40대(2만3516명)가 서울, 경남, 경북 등으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과 울산 지역에서 다른 지역의 인구이동의 주된 사유로 직업과 주택, 교육환경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경남지역 역시 인구 이동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남의 젊은 층도 서울, 경기도 등으로 떠나는 것으로 조사돼 관련 지자체의 대책 마련이 강조되고 있다.

거제시 관계자는 "조선업 구조조정이 인구 이동에 영향을 미쳤겟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게 조선기자재 등 사업장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고용 시장의 불안정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거제뿐만 아니라 통영, 고성 등 지역에서도 순유출이 발생하고 있다"며 "조선, 해양 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련 지자체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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