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사외이사, 경쟁사에서 데려온다

2017-03-27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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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은행권 사외이사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대학교수나 금융 전문가, 전직 관료 등이 사외이사의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카드·보험 등 타 업권 출신을 영입해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사외이사의 역할과 선임과정이 까다로워진 데다가 관치금융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타업종 간 융합, 핀테크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얼굴'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경쟁사 출신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가 대표적이다. 하나금융은 최근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차 교수는 지난 2011년부터 올해 3월까지 최장기간 삼성카드 사외이사로 활동해 카드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과 한국여성경제학회장을 역임한 경험도 있어 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나금융에는 차 교수뿐 아니라 송기진 전 광주은행장, 양원근 전 KB금융 부사장 등이 사외이사로 포진해 있다. 카드업계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하나카드를 상위권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KB금융은 스튜어트 솔로몬 전 메트라이프생명 회장을 새로운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그는 16년간 생명보험업계에 몸담아 온 전문 경영인으로, 보험업 등 비은행 분야의 이사회 자문 기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지난 2015년에도 비은행 계열사를 강화하기 위해 '적진'에서 최영휘 전 신한금융 사장과 유석렬 전 삼성카드 사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바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주재성 김앤장법률사무소 상임고문과 박안순 일본 대성그룹 회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특히, 한국은행 출신인 주재성 사외이사는 금감원 부원장을 역임한 뒤 우리은행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를 2년간 역임한 인물이다. 금융·법률 전문가를 영입해 리딩 금융그룹의 자리를 공고히 하겠다는 각오다.

한편, 우리은행은 오정식 전 KB캐피탈 대표를 상임감사위원으로 결정하며 관치금융의 잔재를 털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은행 상임감사로 민간출신이 선임된 것은 2001년 이후 처음이다.

우리은행 상임감사는 그동안 주로 관료 출신이 선임돼 정부의 입김이 들어오는 통로로 꼽혔다. 이번에는 낙하산 인사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아예 민간 금융전문가들로만 상임감사 후보군을 꾸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선임된 사외이사만 봐도 해당 은행에서 주력하고 있는 부문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며 "시중은행들이 재무, 법률, 금융뿐 아니라 보험, 카드 등 비은행 부문에 대한 전문가를 영입해 영업력 확장에 힘을 쏟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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